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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미컬하게 전개된 깊은 울림의 사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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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미컬하게 전개된 깊은 울림의 사운드

송주호 음악칼럼니스트입력 2018-10-05 03:00수정 2018-10-05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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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래틀과 LSO 첫 내한무대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1일 드보르자크의 무곡과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등을 연주한 세계적인 지휘자 사이먼 래틀(가운데)과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 롯데콘서트홀 제공

사이먼 래틀(63)과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LSO)는 각각 수차례 내한했지만 1일 공연(서울 롯데콘서트홀)은 이 둘이 함께하는 첫 내한 공연이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60대에 접어든 래틀이 오랜만에 귀향하면서, 그가 추구하는 음악세계가 젊은 시절 타지에서 활동했을 때와는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관심을 끈 이유였다.

연주회의 첫 곡은 드보르자크의 ‘슬라브 무곡 2집’ 중 1, 2, 7번이었다. 래틀은 서정적인 선율이 등장할 때면 춤곡의 리듬을 감춤으로써, 빠르고 리드미컬한 부분과 선명한 대조를 이루게 했다. 마술과 같이 바뀌는 다양한 표정을 통해 LSO의 폭넓은 표현 능력이 발휘된 것은 물론이다. 무도회가 아닌 콘서트홀에서 연주되는 음악인 만큼, 음악 자체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집중하려는 의도로 읽혔다.

다음 곡은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정상의 바이올리니스트 재닌 얀센(40)이 독주를 맡은 것 또한 이 음악회가 주목을 받은 이유 중 하나였다. 얀센은 강렬한 스트로크로 관현악단과 대등한 연주력을 보여주었으며, 서정적인 선율에서는 무게감 있는 음색으로 거장다운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LSO는 깊은 곳에서 울려오는 저음과 풍부하고 충실한 음향, 여유로운 진행으로 음악을 이끌었다.

시작 부분에서 독주와 관현악은 조화를 꾀하는 듯했지만, 곧 극적으로 치닫고자 하는 독주와 보다 깊은 음향에 집중하려는 관현악의 대결 구도가 형성되었다. 이들은 마지막 음까지 주도권을 놓고 분투했다. 연주자에게는 매 순간이 힘든 역경이었겠지만, 감상자의 입장에서는 흥미진진한 게임이자 말 그대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리얼 드라마였다. 거장들의 실연이 갖는 묘미가 눈앞에 펼쳐진 순간이었다.

후반부는 드보르자크의 ‘슬라브 무곡 2집’ 중 4번을 먼저 연주했다. 이 곡에서는 모든 악기가 화학적으로 하나가 되는 최상의 앙상블을 들려줬다. 이런 경우 각 악기의 개성이 잘 드러나지 않고 프레이즈의 음색 구분이 모호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감상자에게는 분명 이 자체로 독특한 음악적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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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벨리우스의 ‘교향곡 5번’에서는 이런 단점이 두드러졌다. 호른의 꿈결과 같은 팡파르 후에 이어지는 목관의 연주는 각 악기의 개성이 잘 드러나지 않아 전달력이 떨어졌다. 음악의 구성이 의도한 긴장감을 반감시킬 위험이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고급스럽고 순결한 음향적 조화는 환상적이었음에도, 그다지 인상적인 효과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금관 팡파르의 극적 효과는 매우 유효했으며, 특히 홀 내부의 잔향에 맞춰 연주한 마지막 화음의 연속은 숨조차 쉴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감동을 주었다. 연주회장의 깊은 잔향은 이 독특한 마무리의 진가를 배가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래틀이 베를린 필하모닉과의 여러 연주회와 영국에서의 LSO 취임 연주회 등에서 선보인 프로그램에 비하면 의외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통해 감각적인 드라마보다는 융합된 음향에 집중하려는 지향점을 선명히 보여주었다. 노년의 거장 래틀과 100년 역사의 LSO가 만들어갈 음악적 환상이 기대된다.
 
송주호 음악칼럼니스트
#사이먼 래틀#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재닌 얀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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