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열 “초구 승부는 나의 숙명… 믿어주니 잘 터지더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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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첫 30홈런, 한화 이성열

한화 이성열은 데뷔 16년 차에 처음으로 시즌 30홈런을 기록했다. 9월부터는 주장을 맡아 팀을 이끌고 있다. “후배들이 가을야구를 경험할 수 있어서 좋다”는 말에서 그의 어깨에 놓인 책임감이 느껴졌다. 대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한화 이성열은 데뷔 16년 차에 처음으로 시즌 30홈런을 기록했다. 9월부터는 주장을 맡아 팀을 이끌고 있다. “후배들이 가을야구를 경험할 수 있어서 좋다”는 말에서 그의 어깨에 놓인 책임감이 느껴졌다. 대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거포 유망주’로 꼽히던 선수가 데뷔 16년 차에 처음으로 30홈런을 기록했다. 그런 그가 11년 만에 가을야구에 나서는 팀을 이끈다. 한화 주장 이성열(34)이다.

이성열은 지난달 26일 삼성과의 안방경기에서 데뷔 이후 16시즌 만에 처음으로 30홈런 고지를 밟았다. 한화 국내 선수 중 좌타자로 30홈런을 넘긴 것은 그가 처음이다. 이제 그는 3일 현재 126경기에서 타율 0.295, 홈런 31개, 98타점으로 3할-30홈런-100타점을 노리고 있다. 4일 연고지 대전에서 만난 이성열은 “많은 선수가 30홈런을 치지만 내게 30홈런은 꿈만 같은 숫자다. 앞으로 야구를 몇 년이나 더 할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이라도 30홈런을 칠 수 있어서 정말 좋다”고 말했다.

이성열의 스윙은 ‘모 아니면 도’다. 빠른 카운트에서 거침없이 휘두르는 방망이는 그의 공격적인 성향을 대변한다. 순천 효천고 시절부터 꾸준히 유지해온 자신만의 스타일이다. “초구에 크게 휘두르는 만큼 삼진도 많이 나오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빠른 승부를 좋아한다. 맞으면 좋지만 맞지 않더라도 이후 카운트 싸움을 유리하게 할 수 있다.”

데뷔 후 늘 ‘한 방’이 있는 선수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의 스윙을 본 팬들에게는 ‘홈런 아니면 삼진’이란 이미지로 기억되곤 했다. 2010시즌에는 두산에서 129경기 타율 0.263, 24홈런, 86타점으로 잠재력을 터뜨리는 듯했으나 이듬해 타율 0.253, 7홈런, 28타점으로 부진했다. 2012년 넥센으로 팀을 옮긴 뒤 2014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지만 그를 원하는 팀이 없어 “고향인 순천에서 아버지를 도와 소를 키워야 하나 생각했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결국 계약금 없이 2년 총액 5억 원에 넥센과 계약한 뒤 이듬해 트레이드로 한화에 둥지를 틀었다. ‘저니맨’이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도 붙었다.

터질듯 터지지 않던 그의 타격에 필요했던 것은 ‘믿음’이었다. 그는 기록 향상의 요인으로 감독과 코치진의 믿음을 꼽았다. “많은 분들이 어떻게 잘 치게 됐는지 묻는다. 사실 기술적으로 달라진 건 없다. 기회를 받았을 뿐이다. 잘 되든 안 되든 믿고 맡겨준 감독님 덕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이성열은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에 들어올 때마다 한화 한용덕 감독의 가슴팍을 주먹으로 한 대 친다. 믿음에 감사를 표하는 그만의 방식이다. 그는 “포스트시즌 때 홈런을 치면 더 세게 칠 것 같다”며 웃었다.

주장 이성열은 포스트시즌을 앞둔 한화 선수들을 이끌어 가야 할 중책까지 맡았다. 그는 “감독과 코치진이 있는데 내가 후배 선수들에게 특별히 할 말은 없다. 각자 제 몫을 다할 뿐이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가을야구에 가서 제일 좋은 게 뭐냐’는 질문에 그는 “앞으로 한화의 주축이 될 어린 선수들이 가을야구를 경험한다는 게 무엇보다 기쁘다. 포스트시즌을 해보면 정말 야구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후배들도 그런 경험을 하면 좋겠다”며 후배들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대전=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프로야구#한화 이성열#포스트시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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