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영일]한글, 창제 정신에 맞게 바로 써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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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연구위원
김영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연구위원
9일은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하여 반포한 지 572돌이 되는 한글날이다. 세종대왕은 1443년 섣달 그믐날 친히 집현전 학사 등 신하들을 불러 모아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의 훈민정음을 발표한다.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문짜와로 서르 사맛디 아니할세…”라는 훈민정음 첫 구절은 누구나 쉽게 글을 익혀 편히 쓰기를 바라는 ‘자주, 애민, 실용정신’의 성심이 담겨 있다. 훈민정음을 만들기 전까지 우리 백성들은 어려운 한자나 이두를 써왔다.

현재 지구촌 인류가 사용하는 문자는 약 6800개인 것으로 알려진다. 그중에서 한글은 창제자, 창제 시기, 창제 목적과 그 사용법까지 명확히 밝혀진 유일한 문자이다. 창제 정신이 ‘자주, 애민, 실용’이라는 점과 글자 모양이 입과 발음 모양을 본뜬 소리글자로서 그 독창성과 과학성에서 세계 최고의 문자로 평가받고 있다. 유네스코는 문맹 퇴치에 공헌한 세계인을 대상으로 매년 ‘문맹퇴치상’을 수여하는데, 그 상의 명칭이 세종대왕상인 것은 세종대왕이 창제한 한글이 문맹 퇴치에 최상임을 인정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우수한 우리글이 최근 올바르게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 찬란한 문화 계승과 창조활동의 구현을 위해 몇 가지를 제언한다.

TV에 출연한 유명 논객도 ‘저희 나라’라는 말을 자주 쓴다. 주권국 국민으로서 ‘저희’가 아닌 ‘우리나라’가 옳다. 또 며칠 전 TV 인터뷰에 응한 한 시민은 “기분이 좋은 것 같아요”라고 했다. ‘좋으면 좋다’이고, ‘안 좋으면 안 좋다’이다. 자주성은 물론이고 자존감과 자신감조차 결여된 말이다. 명확히 자신의 가부(可否) 의사를 표명해야 한다.

은어와 속어, 인터넷 유행어 등의 용어도 쓰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당근(당연하다)’, ‘대박’(횡재의 속어로 도박판에서나 사용), ‘취준생’(취업준비생의 인터넷 유행어) 등의 말을 삼가자. 특히, 온라인시대에 무분별한 인터넷, SNS 등의 용어는 우리글을 파괴하며 어법에 혼란을 준다.

일제 치하에서 조선어학회사건 등으로 해방될 때까지 옥중에서도 우리말을 지켜낸 많은 선열 국어학자들이 있었다. 그 위업에 보답하며 세종대왕의 숭고한 한글 창제 정신(자주, 애민, 실용)을 기려 우리 세대는 물론 미래 세대가 올바른 우리말을 쓸 것을 제언한다.
 
김영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연구위원
#한글#한글날#저희 나라#우리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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