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두마리 산책 위한 ‘멀티리드줄’… 아이디어가 사업 밑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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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사장 전통시장 진출기]<4> 애견숍 ‘웨그앤코’ 양나영 대표

양나영 웨그앤코 대표는 아침마다 ‘뭉치’와 함께 따릉이(공공자전거 서비스)를 타고 출근한다. 뭉치에게 필요한 게 뭘까 생각하다 보면 제품 아이디어가 생긴다며 양 씨는 환하게 웃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제공
양나영 웨그앤코 대표는 아침마다 ‘뭉치’와 함께 따릉이(공공자전거 서비스)를 타고 출근한다. 뭉치에게 필요한 게 뭘까 생각하다 보면 제품 아이디어가 생긴다며 양 씨는 환하게 웃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제공
‘뚝도’는 서울 성수동 자양동 구의동 일대를 가리키는 ‘뚝섬’의 옛말이다. ‘뚝도시장’이 성수이로에 문을 연 지 50여 년. 한때는 남대문시장, 동대문시장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서울의 3대 시장으로 불리기도 했다. 10여 년 전 인근에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시장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급격히 줄어 예전 모습을 찾기 힘들다는 말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예술과도시사회연구소, 성동협동경제사회추진단 등 지역활동가들의 노력으로 다양한 이벤트와 문화행사가 열리면서 뚝도시장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전통시장 청년창업사업 ‘뚝도청춘’이 출범하면서 청년상인들이 전통시장에 유입된 것도 시장이 활력을 찾는 데 한몫했다.

애견용품 숍 ‘웨그앤코’도 뚝도청춘 점포 중 한 곳이다. 어깨에 끈을 두른 마네킹이 서 있는 깔끔한 매장은 얼핏 의류 가게처럼 보였다. 지난달 28일 만난 웨그앤코 양나영 대표(33)는 애견미용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마침 불도그 한 마리가 대기하고 있었다. “애견미용학원을 1년 다녔고 자격증도 땄어요. 자격검정시험 때 우수상도 받았고요. 손으로 하는 일을 좋아하거든요(웃음).” 가게 안쪽 벽에 그려진 강아지 벽화도 양 씨의 작품이다.

학부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양 씨는 디자인회사를 2년 다니다가 창업을 결심했다. 사업 아이템을 고심하던 그는 대학원에서 해답을 찾았다. 반려동물을 주제로 한 과제를 수행하면서 즐거워하는 본인을 깨달은 게 계기였다. 쇼핑객들이 백화점 옥상에 반려견을 맡겨둘 수 있는 공간을 디자인해 공모전에 내기도 했다. “그때 (공모전에서) 떨어지긴 했는데, 얼마 뒤 백화점에 비슷한 곳이 생기는 걸 보고 내 아이디어에 자신감이 생겼어요.”

포메라니안을 수년간 키워온 터라 반려견에 대한 관심은 두터웠다. 대학 동창과 함께 ‘웨그앤코’를 열고 직접 디자인한 가죽 소재의 인식표, 하니스(산책할 때 쓰는 가슴줄) 등을 선보였다. 처음엔 제품을 손수 제작해 판매했고 손님들을 위한 공예수업을 열었다. 이후 가게가 차츰 알려지면서 디자인에만 전념하고 제작은 공장에 맡기고 있다. 제품은 숍에서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구매도 가능하다.

“제품 반응은 좋았는데 고민이 됐어요. 인식표나 하니스 같은 용품은 한번 구입하면 오래 쓰니까 매출이 많이 나오긴 어렵더라고요.” 지속적인 수요가 생길 아이템을 찾다가 양 씨는 애견 미용을 배우기로 했다. 기계보다는 가위로 털을 깎는 미용 기술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하루 평균 3, 4마리의 강아지 손님이 예약을 잡을 만큼 ‘미용실’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동업하던 친구가 개인 사정으로 그만두면서 홀로 매장을 운영해야 한다는 생각에 막막하기도 했다. 그때 양 씨를 지탱해준 것은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었다. 고객들의 블로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자신이 디자인한 상품들을 보며 “할 수 있다”고 자신을 다독였다. 이후 백화점과 애견미용실 등으로 유통망을 넓혀 나갔고, 최근에는 롯데백화점 강남점에 입점하는 데 성공했다. 기술 개발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반려동물을 여러 마리 키우는 가정이 있다는 데 착안해 리드줄 하나에 가슴줄을 두 개 연결해 반려견 두 마리를 산책시킬 수 있는 멀티리드줄도 개발했다. 멀티리드줄은 특허 출원을 준비하고 있다.

비교적 순탄하게 사업을 이끌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에게 가장 힘든 순간을 묻자 “반려견 ‘뭉치’가 사고를 당했을 때”라는 답이 돌아왔다. “간식으로 먹인 양갈비의 뼛조각이 목에 걸린 뭉치를 병원에 데려갔는데, 수의사가 ‘수술해야 한다. 결과가 어떨지 알 수 없다’고 말하더라고요.” 밤새 눈물을 쏟으며 맘을 졸여야만 했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했고, 뭉치는 현재 웨그앤코의 제품 모델로 맹활약 중이다. “제가 힘들고 어려웠던 순간순간 뭉치가 제 곁에 있어줬어요.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의 마음은 모두 그럴 겁니다. 함께한 기억이 너무나 많아서…소중한 친구이지요. 좋아하는 반려견과 함께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웨그앤코#양나영#애견용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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