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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일이라도” 산재 내몰린 청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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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일이라도” 산재 내몰린 청춘들

유성열기자 입력 2018-10-02 03:00수정 2018-10-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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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15∼29세 산업재해 14% 급증

20대 청년 A 씨는 수도권의 한 전자업체에서 생산직으로 일한다. A 씨는 전문대를 졸업하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가 지난해 이곳에 취직했다. 비록 대기업의 3차 하청업체로 최저임금(올해 시급 7530원)을 받지만 그에게는 소중한 일터다.

다만 그는 출근할 때마다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메탄올 등 유해 화학물질을 수시로 다루기 때문이다. 메탄올은 중독 시 실명할 수 있는 위험물질이다. 하지만 안전교육을 받은 적은 없다. 사업주는 그저 “조심하라”고 할 뿐이다. ‘메탄올이 몸에 닿았을 때 대응책’과 같은 안전사고 지침은 아예 없다. 산업재해에 사실상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셈이다.

실제 2016년 말 대기업 하청업체에서 일하던 청년 6명이 집단으로 메탄올에 중독돼 실명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후 정부가 메탄올을 사용하는 공장을 대상으로 적극 단속에 나섰지만 산업현장에서는 여전히 안전지침을 지키는 곳이 많지 않다. A 씨는 “나도 사고를 당할까봐 두렵지만 내가 스스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고용 참사에 산재까지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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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다 다치는 청년(15∼29세)이 증가하는 가장 큰 원인은 ‘고용 참사’다. 양질의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이 안전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2, 3차 하청업체나 영세업체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청업주들은 산재 위험을 관리할 역량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위험의 외주화’가 꼽힌다. 국내 대기업들은 위험한 일을 정규직 근로자에게 맡기지 않고 하청업체에 통째로 넘기는 곳이 많다. 정규직 근로자들도 이를 암묵적으로 용인해왔다.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일종의 ‘노사 담합’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하청업체 청년들이 대기업 정규직을 대신해 산재 위험을 떠안게 된다. 상당수 국내 청년들은 고용 불안에 저임금, 산재까지 ‘삼중고’를 겪는 셈이다.

이런 상황은 통계로 확인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6년 산재 사망 근로자의 42.5%가 하청업체 소속이다. 특히 하청에 재하청이 만연한 건설업(98.1%)과 조선업(88%)은 산재 사망자 대부분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다.

2016년 5월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사망한 김모 군(당시 19세) 사건 역시 위험의 외주화로 청년이 희생된 대표적 사례다. 김 군 사건 이후 공공부문은 위험 업무를 하청업체에 맡기지 않고 직접 관리하는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민간기업은 비용 절감을 이유로 여전히 외주화가 만연해 있다. 하청업체에서 산재가 발생하면 하청업체에 책임을 떠넘기는 관행도 여전하다.

○ 국회에 제출도 못한 산업안전법안

현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22년까지 산재 사망자를 반으로 줄이겠다며 올해 1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어 2월 수은 등 위험물질을 다루는 업무의 도급(하청)을 금지하고, 사업주가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근로자가 사망했을 경우 하청업주는 물론이고 원청업주도 동일하게 처벌(1년 이상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하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전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입법예고한 지 8개월이 지나도록 아직 국회에 제출되지 않았다. 규제개혁위원회와 법제처 심사가 늦어진 탓이다. 비슷한 법안이 의원입법으로 다수 발의돼 있지만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 시행과 같은 노동 현안에 밀려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고용부는 올해 안에 이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경영계는 개정안에 강하게 반대한다.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가뜩이나 위축된 기업들에 또다시 ‘규제 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현행 처벌 수준(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이 가볍지 않고, 사업주가 모든 안전조치를 준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징역형의 하한선(1년 이상)까지 설정하는 것은 과잉처벌”이라고 주장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산안법 개정을 지체하는 것은 산재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외주화를 무조건 금지하기보다 외주화의 남용을 자제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산재#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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