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평양에 태극기 안 보여” 이낙연 총리 “김정은 오면 인공기 흔드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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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안보 대정부질문 날선 공방

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 왔다고 인공기 휘날릴 수 있겠습니까.”

이낙연 국무총리는 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남북 정상회담 때 (평양) 길거리에 왜 태극기가 없었느냐”는 자유한국당 안상수 의원의 질의에 이렇게 응수했다. 이날 외교·통일·안보 분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국당과 이 총리는 종일 팽팽하게 맞섰다.

한국당 의원들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 “안보 외교 국방이 김정은의 말만 보증하려 하고 있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질문자로 나선 한국당 의원들은 “북한은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밥 먹듯 지키지 않았다”거나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안에 정확한 비용 추계가 빠져 있다”며 정부를 몰아세웠다.

이 총리는 ‘정부가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했다’는 한국당의 비판에 “만약 우리가 NLL을 무력화했다면 서해5도 주민들이 가만히 계시겠느냐”라며 “NLL은 확고하게 지켜지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또 “함포와 해안포를 포함한 사격훈련과 기동훈련을 하지 말자는 합의가 왜 ‘안보 포기’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북한의 도발이 있다면 그 전 합의는 당연히 무효”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수석대변인 같다’는 외신 보도에 대해 이 총리는 “해당 언론의 단견”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평양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앞에서 “(서울에 오면) 한라산 정상에 헬기 패드를 만들겠다”고 한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의 발언에 대해서는 “신성한 국방의무에 종사하는 장병들의 노고를 생각하면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사과했다.

이 총리가 특유의 논리로 한국당 의원들의 질문 공세를 받아치자 일부 의원은 총리의 답변 태도를 문제 삼으려 했다. 한국당 정양석 의원은 “경험 적은 야당 의원들의 목소리를 잘 빠져나가시니까 ‘사이다 총리’라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이 총리는 “(총리로서) 청와대, 여당에 대한 쓴소리는 비공개로 하고 있다. 일부러 들리게 하는 게 총리답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라고 맞받았다.

일부 다른 야당 의원은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 경제 협력에는 더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주문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보수 일각에선 북한을 믿지 말고 무조건 반대하라는 원칙을 세우는데, 이건 새 시대 보수의 자세가 아니다”라며 “(일반인도) 북한 노동신문, 조선중앙TV는 자유롭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검토해야 한다. (다만) 여러 고려사항이 있을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민주평화당 최경환 의원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최 의원은 “강 장관이 16개월가량 재임하면서 한 달에 한 번꼴밖에 외신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며 “(정상회담 때) 평양에 가기보다는 미국 워싱턴에서 여러 해외 인사와 접촉하며 한국의 입장을 적극 설명하는 역할을 하는 게 나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강 장관은 ”평양에 간 것은 잘한 일이었지만 의견은 유념하겠다“고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은 “정부가 과감하게 고급 정보까지도 공개하며 야당과 소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의원이 판문점선언 외에 ‘평양공동선언’도 국회 비준동의를 요청할 계획이 있는지 묻자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검토가 되는 대로 국회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이낙연#국회#남북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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