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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원의 ‘건축 오디세이’]‘은하철도’는 어느 역에 닿고 싶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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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원의 ‘건축 오디세이’]‘은하철도’는 어느 역에 닿고 싶을까?

이중원 건축가·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입력 2018-10-01 03:00수정 2018-10-0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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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역과 도쿄역
그림 이중원 교수
이중원 건축가·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최근 남북 대화 물꼬가 트이면서, 대화 주제로 철도가 부상하고 있다. 다시금 서울역이 유라시아 철도 허브로 국제적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필자는 8월 국제학술워크숍 참석차 일본 도쿄역에 다녀왔다. 서울역(1925년 건축가 쓰카모토 야스시)과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도쿄역(1914년 다쓰노 긴고)을 본 후 많은 생각이 들었다.

언뜻 보기에 도쿄역은 외관의 벽돌 외장과 석재 아치로 인해 서울역과 닮았다. 이는 두 건물이 모두 르네상스 양식이기 때문이다. 서울역은 스위스 루체른역(1896년 한스 빌헬름 아우어)을 참조해 설계했고, 도쿄역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역(1889년 피에르 카위퍼르스)을 참조해 설계했다.

루체른역의 돔 지붕은 하단을 유리로 처리해서 지붕이 마치 발뒤꿈치를 든 발레 무용수처럼 떠있는 것같이 보인다. 덕분에 낮에는 가벼워 보이고, 저녁에는 조명이 유리로 스민다. 당시 시정부 리더들은 호수 건너편 호텔가에서 루체른역 돔 지붕이 아름답게 보이길 원했다. 루체른역 돔 지붕은 화재로 전소되었고(1971년), 이제는 서울역 돔 지붕만 온전히 남아 있다.

암스테르담 역은 르네상스 양식 몸통 위에 삼각형 고딕양식 지붕을 씌웠다. 서울역과 다르게 도쿄역은 삼각형 지붕을 여러 종류의 둥근 형태로 치환하며 원전을 변경했다. 도쿄역은 반복해서 앞으로 튀어 나오는 볼륨 위마다 서로 다른 형태의 지붕을 씌웠다. 도쿄역이 양식적 측면에서 불명료해 보이고, 과도한 지붕 디자인을 추구한 빅토리아 건축양식으로 보이는 이유이다.

그럼에도 부인할 수 없는 도쿄역의 ‘건축적 파워’는 길이다. 이 장중한 길이는 짧은 건물이 줄 수 없는 존재감을 주변에 내뿜는다. 서울역 길이는 도쿄역에 비해 짧다. 건물 길이 차이는 역 앞 광장 규모 차이를 파생시켰다. 시간이 흘러도 도쿄역 앞 광장은 큰 광장을 유지했고, 서울역 앞 광장은 시간이 갈수록 다이어트를 거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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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역의 주변 조건을 살펴 본 사람이라면, 현재 서울역 위치 선정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만큼 서울역과 도쿄역은 주변 조건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오늘날 도쿄역은 서울역에 비해 도시 핵심 시설들이 가깝게 있어 서로 시너지를 일으킨다.

도쿄역이 주변 조건 측면에서 서울역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도쿄역은 서쪽에 바로 황궁이 있고, 그 황궁과 역 사이에는 ‘마루노우치’라 불리는 투명한 마천루 업무지구가 있고, 남쪽에 화려한 긴자거리가 있다. 이들은 서울의 경복궁과 종로와 명동보다 서로 가깝게 위치하고, 세 곳의 교집합 위치에 도쿄역이 있다. 그래서 도쿄역은 황궁 관광객, 마천루 직장인, 긴자 쇼핑객 동선의 교집합 위에 철로 이용객이 포개진다. 도쿄역이 휴일 없이 365일 북적이는 이유이다.(하루 이용객이 서울역의 약 8배)

서울역은 고궁과 도심 핵심 마천루 업무지구인 세종대로와 멀고, 서울을 대표하는 상업지구인 명동과도 약간 거리가 있다. 그렇다고 루체른역이나 암스테르담역처럼 수변이 앞에 있어 자연의 여백이 서울역 앞을 지지해주지도 못한다.

이를 해결하는 장기적 전략은 두 가지 옵션이 가능할 것 같다. 하나는 공공이 서울역 앞 몇 개의 건물을 매입하고, 서울역 광장을 확장해서, 광장이 남산공원 초입에 닿게 하는 전략이다.

다른 하나는 서울역 역세권을 한강까지 연장하는 전략이다. 그러면 서울역과 새롭게 개장하는 용산공원이 하나의 문화권이 되고 서울역과 용산역이 하나의 상권이 되어 새로운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

시너지 관점에서 보면, 서울로7017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서울역을 하나의 ‘점(건물이나 광장으로 파악)’으로 보아 오던 관점을 ‘선’으로 바꿨다. 서울로7017은 근대건축 문화재인 서울역과 전통시장인 남대문시장을 연결했다. 하지만 아직도 서울역은 유라시아 철도 허브 역으로 보기에는 주변 조건의 접근성이나 강도가 도쿄역에 비해 약하다. 새 시대를 맞아 서울역이 어떤 모습으로 변해야 하는지 고민할 시점이다.
 
이중원 건축가·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국내외 도시와 건축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이중원의 건축 오디세이’ 칼럼 연재를 시작합니다.
#철도#서울역#도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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