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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슈/한기재]북핵은 美 중간선거의 일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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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슈/한기재]북핵은 美 중간선거의 일각일 뿐이다

한기재 국제부 기자 입력 2018-10-01 03:00수정 2018-10-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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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웨스트 버지니아주 유세장에서 한 지지자가 “장벽을 완성하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휠링=AP 뉴시스
한기재 국제부 기자
최근 남북 정상회담과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멈춰 있던 북-미 비핵화 협상이 다시 진전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새롭게 도출된 합의문 내용과 이에 반응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만했다.

그럼에도 북한 비핵화 협상 당사국인 미국의 주요 언론은 최근 남북 회담과 뒤이은 한미 회담을 예전만큼 큰 비중으로 다루지 않았다. 남북 정상이 평양 순안공항에서 만나 카퍼레이드를 벌인 지난달 18일,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만 봐서는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알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신문 1면 기능을 하는 양사의 웹사이트 첫 화면에서 남북 정상의 이야기는 성추문에 휘말린 브렛 캐버노 미국 연방대법관 지명자 소식과 미국의 대중(對中) 추가 관세 부과 소식에 크게 밀렸다.

이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업적이라 할 수 있는 한반도 대화 국면에 불편한 감정을 느낄 법한 ‘반(反)트럼프’ 매체여서 축소 보도를 했던 걸까. 보수 성향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대체적으로 피해 온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남북 정상의 이야기를 웹사이트 첫 화면에 비중 있게 보도하지는 않았다.

최근 벌어진 일련의 북한 관련 소식들은 올해 봄이나 여름 같았으면 분명 이들 매체 웹사이트의 첫 화면 ‘톱’을 장식했을 법한 것이었다. 올 상반기 미 현지 언론은 북한 뉴스에 놀라울 정도로 큰 관심을 보였다. 당장 북한 미사일이 미국 본토에 날아들 기세였던 만큼 이들은 반트럼프와 친(親)트럼프 언론을 가리지 않고 북한 관련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 본토에 당장 가하는 위협이 사라진 지금, 북한 이슈는 독보적인 화제성을 상실한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중간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조기에 북-미 대화를 급진전시켜 유권자들에게 자랑할 성과를 얻어내려 할 거란 전망이 있다. 여당인 공화당이 수세에 몰려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핵 담판’을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회심의 카드로 쓸 거란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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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요 근래 들어 현지 언론이 북한 문제를 다루는 패턴에서 엿볼 수 있듯이 미국의 일반 시민들이 북한 문제에 현재 보이는 관심도는 올 상반기에 비해 많이 시들한 상태다. 대중의 심리를 읽는 데 본능적인 감각을 갖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지 못하는 북한 이슈를 선거 판세를 뒤집기 위한 비장의 무기로 여길 것 같진 않다.

사실 놀랄 일도 아니다. 일반적으로 외교·안보 이슈는 중간선거 투표장에 나서는 평범한 미국 시민들의 관심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9월 셋째 주 1500명의 미국 성인을 상대로 실시된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 여론조사에서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로 ‘외교정책’을 꼽은 응답자는 1%에 불과했다. 의료보험정책을 꼽은 비율이 21%로 가장 많았고, 사회보장제도(14%)와 경제(11%), 이민자정책(11%)을 꼽은 응답자가 뒤를 이었다. 복수의 응답이 가능했던 같은 기간 WSJ/NBC 여론조사에서 외교 정책을 ‘중요하다’라고 평가한 응답자는 66%였다. 경제(78%) 의료보험(75%)에 대한 응답에 못 미쳤다.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미국 유권자들의 최고 관심사라는 것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호황인 경제성과를 자랑하고 미국-멕시코 접경지역에 장벽을 짓겠다고 외치는 편이 더 효과적인 선거 전략인 셈이다. 낙마 위기에 놓인 캐버노 대법관 지명자의 인준을 밀어붙여 보수 성향 유권자들을 결집시키는 것도 필승 전략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웨스트버지니아주 유세에서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다”고까지 말해 유세장을 찾은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았다. 하지만 이날도 유세의 포문을 연 핵심 메시지는 “일자리 일자리 일자리!”와 “제철소와 탄광이 다시 문을 열고 있다”는 것이었다.

북-미 대화의 획기적인 진전이 아직은 없는 상황에서 북한 소식은 어디까지나 지지자들의 흥을 돋우는 ‘애피타이저’에 그친다는 인상이다. 비핵화 협상의 타임라인을 설정하지 않겠다며 “시간은 얼마든지 많다”는 그의 말엔 선거판 ‘대형 호재’로 사용할 소재는 북한 말고도 얼마든지 많다는 속내가 들어 있는 듯하다.
 
한기재 국제부 기자 record@donga.com
#북핵#미국 중간선거#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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