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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총격전 난 것도 아닌데… 女화장실 벽에 작은 구멍들 숭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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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총격전 난 것도 아닌데… 女화장실 벽에 작은 구멍들 숭숭

이진구 기자 입력 2018-09-29 03:00수정 2018-09-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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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몰카 보안관’ 동행 취재
서울 서초구 ‘몰카 보안관’ 김현미(왼쪽) 정예지 씨가 27일 반포동 반포종합운동장 내 여자화장실을 점검하고 있다. 몰카 탐지기는 몰카 장비가 있으면 ‘뚜뚜뚜’ 소리를 내고 빨간색 경고등이 켜지지만 일반 전기 흐름에도 반응해 몰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육안으로 추가 확인을 해야 한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구청장 조은희)에서는 ‘몰카(몰래 카메라) 보안관’ 출정식이 열렸다. 몰카 범죄가 날로 심각해지면서 전담 단속반까지 만들어 대응에 나선 것이다. 최근 배우 신세경과 걸그룹 에이핑크의 윤보미 숙소에서 몰카가 발견됐다는 뉴스가 뜨는 등 몰카 범죄가 사회 구석구석을 파고들고 있다. 어느 지방자치단체나 몰카 단속은 했지만 이번처럼 아예 ‘보안관팀’을 만들어 운용하는 것은 서초구가 처음이다. 19명으로 구성된 몰카 보안관들은 3일부터 2인 1조로 지역 내 건물 화장실을 돌며 몰카 탐지에 나섰다. 19, 20일 이틀간 몰카 보안관들의 현장 점검을 동행 취재했다.

○ 숭숭 뚫린 구멍들

“가관이죠. 화장실 칸막이 벽에 뚫린 구멍들을 보면…. 구멍을 막아 놓은 휴지들을 보면 어떻게든 필사적으로 보이지 않게 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여성들의 절박한 심정이 보이는 것도 같고….”

19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의 노래방, 술집 등이 입주한 한 건물. 이곳은 남녀 화장실이 별도로 분리돼 있고, 각 화장실 안에는 2, 3개의 칸이 있었다. 분명 여성들만 들어오는 곳인데도 화장실 칸막이벽에 송곳 끝으로 판 듯한 구멍이 곳곳에 나 있었다. 적은 곳은 2, 3개였지만 많은 곳은 칸막이벽 하나에 8, 9개나 구멍이 뚫려있었고 대부분 구멍은 휴지로 메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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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총격전이 벌어진 것도 아니고….’ 벽에 난 이 구멍들은 몰카 설치를 위해서가 아니라 직접 옆 칸을 훔쳐보기 위해 뚫은 것이다. 몰래 들어가 숨어 있다가 여성이 들어오면 구멍으로 훔쳐보는 식이다. 강남역 일대에는 시민들을 위한 개방형 화장실이 많아 이런 식의 훔쳐보기에 노출된 화장실도 많을 수밖에 없다. “소극적으로 휴지로 막을 것이 아니라 아예 훔쳐보다가 큰코다치게 바늘로 구멍을 찔러야 한다”고 분개하는 여성이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몰카 보안관들의 점검은 이 건물 7층부터 내려오면서 탐지기로 화장실 내 곳곳을 훑는 식으로 진행됐다. 탐지기를 휴지통, 휴지걸이, 천장, 용변기, 벽면 등에 대고 몰카 신호가 나오는지 살펴보는 식이다. 몰카는 특정 주파수 대역의 전파를 사용하는데, 이 전파가 감지되면 ‘뚜뚜뚜’ 하는 소리를 내며 와이파이 모양처럼 생긴 감지등이 녹색에서 빨간색으로 넘어간다. 빨간색으로 넘어가면 해당 장소를 육안으로 정밀 점검해 몰카 설치 여부를 확인한다.

○ 쉽지 않은 몰카 탐지


현장 점검에서 몰카를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다. 서초구 몰카 보안관팀은 발족 후 3일부터 19일까지 8개 팀을 투입해 건물 427곳의 화장실 2286개를 점검했지만 아직까지 몰카를 발견하지는 못하고 있다. 서울시와 경찰, 일부 지자체도 같은 점검을 하고 있지만 신고가 아닌 현장점검에서 발견된 적은 없다고 한다. 서울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경기 여주 주민센터 사건처럼 신고를 받고 출동해서 발견한 적은 있지만 임의 점검에서 몰카가 발견된 적은 없다. 탐지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화장실 탈의실 등에 몰카를 설치하는 것은 에스컬레이터 등에서 휴대전화로 몰래 찍는 것과는 달리 쉽지 않기 때문. 현실적으로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는 탐지 방식도 몰카 발견이 힘든 이유 중 하나다. 서초서 측은 “완벽하게 몰카를 탐지하려면 건물 내 모든 전원을 차단한 뒤에 해야 하는데,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우는 가능하지만 일반 점검에서는 그럴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몰카 탐지기를 제작하는 ‘공공칠월드’ 성준기 대표는 “몰카 탐지기는 몰카가 내는 전파를 탐지하지만, 전선이 지나거나 비데가 설치된 곳 등 전기가 강한 곳에도 반응을 한다”며 “1차로 탐지기로 반응을 본 뒤 2차로 육안으로 정밀 점검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장에서 반응이 있다면 천장을 뜯어보거나, 휴지걸이에서 반응이 있으면 확인하는 식이다.

19일 강남역 일대의 건물 화장실 점검에서도 탐지기는 종종 빨간색까지 신호가 올라갔다. 이럴 때마다 휴지통 정도는 뒤져볼 수 있지만 천장이나 휴지걸이에서 나온 반응은 모두 확인할 수 없었다. 천장을 임의로 뜯어보거나 사용 중인 화장실 안 휴지걸이를 모두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한 번 점검했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다. 오늘 점검해도 내일 설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초구에 외식업소만 4400여 개가 넘어 수시로 점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 예방 효과도 커

서울 서초구가 점검한 화장실에 붙이는 몰카 금지 스티커.
서초구는 모텔 등 숙박업과 찜질방 등 목욕업의 경우 관련 협회 서초지회에 탐지기를 대여해주고 자체 점검하도록 하고 있다. 학교는 아직 점검하지 못하고 있는데 앞으로 학교장의 허락을 받아 점검에 나설 계획이라고 한다.

“시중에 퍼진 몰카 동영상 중에는 모텔이나 목욕탕 업소 관계자가 찍은 것도 많은데 자체 점검으로 실효가 있겠느냐”는 질문에 몰카 보안관팀을 관리하는 이보민 서초구 여성행복팀장은 “대상 업소가 너무 많은 것도 이유지만 숙박업, 목욕업 업주들 중에는 몰카 점검을 해주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구청에서 점검해주고 안심화장실 스티커처럼 ‘안심모텔’이라고 인증해주면 손님들이 더 좋아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묻자 “업소 주인들 중에는 점검받고 안심모텔이라고 인증을 받았는데 만의 하나 몰카가 나오면 손님이 소송을 걸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손님 입장에서 ‘안심모텔’이라는 인증을 믿고 투숙했는데 오히려 몰카에 당하면 피해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몰카 탐지는 쉽지 않지만 이들이 곳곳을 다니며 점검하는 것만으로도 큰 예방 효과가 있다고 한다. 몰카 보안관들은 위험성이 있어 보이는 화장실에는 ‘몰카 금지, 이곳은 서초 몰카 보안관이 불법촬영기기 설치 여부를 점검 중인 장소입니다’라는 문구와 점검 날짜가 적힌 스티커를 붙여둔다. 김소연 몰카보안관 대장은 “몰카를 설치하려는 사람이 이 스티커를 본다면 뜨끔하지 않겠느냐”며 “탐지도 중요하지만 범죄를 예방하는 것도 우리가 하는 중요한 일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 인터넷에는 ‘몰카 찾는 법’도 돌아

경기 여주의 한 주민센터에서는 최근 30대 남자 직원이 여자 화장실에 몰카가 설치된 종이컵을 놔둔 뒤 용변 보는 모습을 촬영했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적발됐다. 이 종이컵 몰카는 무려 석 달이나 놓여 있었다고 한다. 경찰에 따르면 촬영된 영상은 390여 개로 영화 100여 편에 해당하는 분량이라고 한다. 특히 강남역 일대는 2016년 5월 한 건물 내 노래방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피살된, 일명 ‘강남역 살인사건’이 발생한 곳이다. 이 때문에 몰카 보안관들이 돌아다니거나, 이들이 붙인 스티커만 봐도 안심하는 여성이 많다고 보안관들은 말했다.

워낙 몰카 공포가 심하다 보니 인터넷에는 ‘몰카 찾는 법’도 돌고 있다. 빨간 셀로판지를 휴대전화 카메라 렌즈와 플래시에 붙인 뒤 플래시를 켜고 의심스러운 곳을 비췄을 때 ‘반짝’하는 것이 있다면 몰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성 대표는 “렌즈는 빛을 비췄을 때 반사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가능한 방법”이라며 “단지 색이 있는 셀로판지가 없이 그냥 비추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내부 회의에서 휴지걸이 등 화장실에서 사용하는 비품들을 투명하게 속이 보이도록 만들면 몰카도 설치할 수 없을 거라는 아이디어도 나왔다”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몰카#여자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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