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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좌석 안전띠 맨 차량 0대… 주차 고임목엔 “그게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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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좌석 안전띠 맨 차량 0대… 주차 고임목엔 “그게 뭔가요”

서형석 기자 , 구특교 기자 , 권기범 기자 입력 2018-09-29 03:00수정 2018-09-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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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도로교통법 시행 첫날]홍보부족 탓 시민들 혼선
“전 좌석 안전띠 맵시다”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경찰관이 한 택시 운전사에게 이날부터 시행된 ‘전 좌석 안전띠 착용 의무화’ 등 새 도로교통법 내용이 담긴 안내문을 나눠주고 있다. 경찰은 두 달간 계도와 홍보 활동을 벌인 후 12월부터 본격적인 단속에 나설 계획이다. 동승자가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은 게 적발되면 운전자에게는 과태료 3만 원을 부과한다. 동승자가 만 13세 미만의 어린이일 경우 6만 원으로 오른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8일 오후 1시 반부터 1시간 동안 서울 세종대로에서는 경찰이 새 도로교통법 계도를 진행했다. 경찰이 홍보물을 전달한 차량 30여 대 가운데 뒷좌석 승객이 안전띠를 맨 차량은 한 대도 없었다. 뒷좌석에 탄 두 명의 동승자 모두 안전띠를 매지 않은 승용차 운전자 박모 씨(30·여)는 “새 도로교통법을 몰랐다. 뒤에 타면 나도 안전띠를 안 맨다”고 했다. 택시 뒷좌석에 타고 있던 한 여성 승객은 취재진과 경찰이 다가가자 안전띠를 매면서 “법이 바뀐 건 알고 있었지만 습관이 안 됐다”며 멋쩍어했다.

○ 급경사에 주차하면서 안전조치 안 지켜

택시 승객이 많이 드나드는 서울 중구의 한 특급호텔 정문 앞. 오전 9시쯤 택시 뒷좌석에 탄 남녀는 택시가 20초가량 정차하는 동안 안전띠에 손을 대지 않았다. 이 호텔의 주차요원은 “선진국에서 온 손님들은 대부분 택시를 타면 바로 안전띠를 매지만 한국 손님들은 아직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택시운전사들은 승객에게 안전띠를 매라고 말하는 게 부담스럽다고 호소한다. 일반도로를 달리는 광역버스에서도 승객 대다수가 안전띠를 매지 않았다.



국회도 사정은 비슷했다. 본보는 이날 오전 7시부터 약 3시간 동안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에서 의원들의 안전띠 착용 실태를 살펴봤다. 일부 정당 대표를 비롯한 상당수 의원이 차량에서 안전띠를 매지 않은 것이 확인됐다. 올 2월 새 도로교통법을 통과시킨 국회조차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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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로 주차 안전조치는 지난해 10월 주차장에서 차량이 미끄러지면서 어린이가 치여 숨진 사고를 계기로 마련됐다. 경사로에 주차할 때 앞바퀴를 꺾거나 고임목을 대도록 의무화했지만 대부분의 차량은 지키지 않았다. 이날 오전 11시경 급경사가 많은 서울대 관악캠퍼스 제1공학관 주변 약 500m의 도로를 살펴보니 내리막 방향 오른쪽 끝에 주차된 53대 가운데 앞바퀴 방향을 꺾어 놓은 차량은 11대뿐이었다. 고임목을 앞바퀴에 괴어 놓은 차량은 없었다.

○ 자전거 운전자 “맥주 한 잔은 괜찮지 않나”

자전거 안전모 착용에 대해 시민들은 무관심했다. 서울시가 공유 자전거 ‘따릉이’ 이용객을 위해 안전모 대여소를 마련한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1번 출구 앞에서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따릉이를 빌린 23명 중 안전모를 챙긴 사람은 1명도 없었다. 임모 씨(23)는 “짧은 거리를 갈 건데 안전모를 쓰기 귀찮고 불편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7월 안전모 시범 운영을 했지만 착용률이 3%에 그치자 안전모 대여 확대를 보류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단거리 자전거 운행에 대한 안전모 착용을 의무에서 권고로 바꾸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어 법 개정 추이를 지켜보려 한다”고 말했다.

자전거 음주운전 행태는 여전했다. 이날 오전 9시 서울 마포구 망원한강공원의 한 편의점 앞 테이블에서 주모 씨(40)가 옆에 자전거를 세워 놓은 채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는 “자전거 음주운전 단속 사실은 알고 있지만 한 캔 정도는 괜찮지 않으냐”라고 했다. 1시간 뒤 여의도한강공원 편의점 테이블에서도 윤모 씨(72)가 자전거를 옆에 세워둔 채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다. 윤 씨는 “술 먹고 바로 타지 않으면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카시트 들고 다녀야 하나” 지적도

일부 법 조항이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서울 세종대로에서 여섯 살과 네 살 자녀를 뒷좌석에 태우고 승용차를 몰던 김모 씨(37·여)는 “택시를 탈 때 카시트를 항상 들고 다닐 수도 없으니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답답해했다. 경사로 주차 안전조치 조항의 경우 ‘경사로’의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경찰청은 이날 “카시트 보급률이 낮은 상황에서 2개월 계도기간 이후에 카시트 미착용을 단속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당분간 범칙금을 부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서형석 skytree08@donga.com·구특교·권기범 기자
#도로교통법#안전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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