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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은 왜 인구 10만의 독일 시골도시 ‘예나’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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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은 왜 인구 10만의 독일 시골도시 ‘예나’로 갔나

송경은 동아사이언스기자 , 조혜인 동아사이언스 기자입력 2018-09-28 03:00수정 2018-09-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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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사례로 본 과학도시 성공 조건
프랑스 툴루즈에서 열린 ‘유로사이언스 오픈 포럼 2018’에서 한 시민이 아이와 함께 과학 키트로 실험을 하고 있다. 툴루즈=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kyungeun@donga.com

독일 뮌헨에서 기차를 타고 북쪽으로 약 350km 달리면 예나라는 아담한 도시에 도착한다. 면적이 서울의 5분의 1 수준이고 인구도 10만 명에 불과한 외딴 시골 소도시지만 통일 후 여러 연구기관이 들어서면서 독일의 대표적인 교육·연구 중심 도시로 자리매김했다. 프리드리히실러대, 예나응용과학대와 막스플랑크연구소 3곳, 프리드리히뢰플러연구소 2곳, 라이프니츠연구소 2곳, 프라운호퍼연구소 등이 모여 있다.

○“우수 연구자 있는 곳은 어디든 과학도시”

독일 막스플랑크연구회(MPG)의 베르톨트 나이처츠 연구정책 및 대외협력본부장은 “독일에선 ‘과학도시’라는 개념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특정 도시에만 연구기관을 집중적으로 설립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다. MPG도 마찬가지다. 그는 “일부 도시의 정치인들이 연구기관을 유치하기 위해 유리한 조건을 내거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그런 기준으로 연구소를 설립했다간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며 “새로운 연구소를 설립할 때 최우선 기준은 연구 주체인 과학자와 연구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도시의 접근성이나 인프라, 자본 등은 부수적인 요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시카고대에서 예나의 막스플랑크 인류학연구소로 옮겨온 정충원 고유전체학연구단 그룹리더는 “처음엔 주변 사람들이 독일의 작은 도시로 가는 것에 대해 의아해했지만 이 분야의 최고 연구자들과 협업하고 양질의 데이터를 다룰 수 있다는 점에서 옮기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나이처츠 본부장은 “바꿔 말하면 우수한 과학자들이 있는 곳이면 어느 도시든 과학도시가 될 수 있다는 뜻이 된다”며 “독일은 전국 곳곳에 연구기관이 분포해 있어 대부분의 도시가 스스로 혁신 주체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과 과학으로 함께 호흡하는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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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유럽 최대의 과학 행사인 ‘유로사이언스 오픈 포럼(ESOF) 2018’이 열린 프랑스 남부 ‘장밋빛 도시’ 툴루즈의 시청 앞 카피톨 광장. 사방이 붉은 벽돌 건물로 둘러싸인 이곳은 각종 과학부스를 찾는 사람들로 분주했다. 유럽의 과학자들은 2004년부터 2년에 한 번씩 유럽을 대표하는 과학도시를 선정해 이 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공유와 개방을 통해 과학을 발전시키고 일반 시민들의 과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그동안 스웨덴 스톡홀름, 독일 뮌헨, 스페인 바르셀로나, 영국 맨체스터 등이 선정됐다. 올해 포럼은 7월 9일부터 5일간 유럽의 대표 항공우주 과학도시인 툴루즈에서 열렸다.

줄지어 늘어선 20여 개의 부스에서는 툴루즈에서 연구하는 현지 과학자들이 자신의 연구주제를 들고 나와 시민들에게 소개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내벽에 융털이 있는 소장을 표현한 풍선동굴을 통과하면서 소화의 원리를 배우기도 하고, 과학자 주변에 둘러앉아 실제 줄기세포가 분화되는 과정을 지켜보기도 했다. 두 아이와 함께 광장을 찾은 툴루즈 시민 에마 로랑 씨는 “평소에도 시내에서 이런 이벤트를 흔히 접할 수 있다”며 “배우는 아이들에게도 좋은 기회지만 과학자들과 소통하면서 과학에 대한 신뢰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포럼 기간 도시 55곳에서 연구소 투어, 과학 공연, 무료 강연, 사진전 등 120여 개의 이벤트가 열렸다.

도시에 단순히 연구기관이 모여 있다고 해서 저절로 과학도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툴루즈는 정부의 안정적인 지원과 인재 양성, 시민들의 관심과 이해를 위한 지자체 차원의 노력이 뒷받침된 결과라는 게 현지 과학자들의 설명이다. 중앙정부는 툴루즈에 프랑스 국립우주연구센터(CNES)를 세우고 에어버스 본사 등 항공우주기업을 유치해 적극 육성했다. 툴루즈시는 과학관 건립, 과학교육 등을 주도했다.

○도시와 국가의 근간이 되는 기초과학

유럽에서 과학자들이 연구 협력을 가장 많이 하는 도시는 프랑스 파리다. 네이처 인덱스가 지난해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 공저자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파리는 유럽의 주요 도시 중 가장 많은 공저자가 속해 있는 도시로 나타났다. 도시 내에서 이뤄지는 연구 협력도 가장 많았다. 2015년 한 해 동안 파리 내 연구기관 간에 이뤄진 파트너십만 1932건에 이른다. 그 덕분에 파리는 지난해 유럽위원회가 유럽 내 도시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례 평가에서 ‘창의적 경제성이 높은 유럽 도시’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은 올해 3월 베이징과 상하이, 허베이 등 3개 대도시를 거점으로 세계적인 수준의 ‘과학혁신허브’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오훙쥔 중국과학원(CAS) 선행과학교육본부장은 “3개 도시에는 첨단 연구를 수행하는 ‘최고를 위한 센터’ 혁신연구센터가 새롭게 설립된다”며 “올해 19개 센터를 완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입자물리학, 분자과학, 뇌과학, 양자정보과학 분야를 연구하는 센터들이 포함됐다. 중국은 허베이에 2020년 완공을 목표로 37ha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양자컴퓨터 연구기관인 양자정보기술핵심연구소를 건설 중이다.

국제 사회가 이처럼 과학도시에 주목하는 이유는 우수 연구 성과가 많이 나오는 도시와 국제 연구협력이 잘 이뤄지는 도시, 스타 과학자를 많이 배출하는 도시가 과학자들뿐만 아니라 산업계와 교육계, 문화계에까지 새로운 기회와 다양한 가능성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유럽 최대 규모의 기초과학 연구기관인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의 앙투안 프티 이사장은 “기초과학이 학술적인 영역에만 머문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라며 “프랑스는 CNRS를 중심으로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이 1000여 개의 공동 연구를 수행하며 각종 산업과 경제의 근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예나·뮌헨·툴루즈=송경은 kyungeun@donga.com
파리=조혜인 동아사이언스 기자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뮌헨#과학도시#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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