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말 없이 두산… 정규시즌 우승 확정, 4연속 KS 진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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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감독(왼쪽에서 네 번째)을 비롯한 두산 선수단이 25일 2018 KBO리그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뒤 모자를 벗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15년부터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부임 직후부터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26일 넥센전 승리로 87승(46패)째를 기록한 두산은 2016년 자신이 기록한 한 시즌 최다승(93승) 경신에 7승만을 남겨두게 됐다. 뉴시스
김태형 감독(왼쪽에서 네 번째)을 비롯한 두산 선수단이 25일 2018 KBO리그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뒤 모자를 벗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15년부터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부임 직후부터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26일 넥센전 승리로 87승(46패)째를 기록한 두산은 2016년 자신이 기록한 한 시즌 최다승(93승) 경신에 7승만을 남겨두게 됐다. 뉴시스
“때를 잘 만나고, 선수들을 잘 만난 것 같습니다.”

26일 넥센과의 경기를 앞두고 서울 잠실구장 더그아웃에서 만난 김태형 두산 감독(51)은 거듭되는 축하 인사에 만면에 웃음을 띠며 이렇게 말했다.

두산은 25일 넥센에 13-2로 승리하며 남은 경기에 관계없이 2018 KBO리그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두산의 정규시즌 우승은 1995년과 2016년에 이어 이번이 3번째(단일리그제 기준)다. 2015년 두산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부임 후 4년 연속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게 됐다.

두산의 올 시즌은 한마디로 압도적이었다. 4월 7일 공동 선두로 올라선 후 단 하루도 2위로 내려가지 않았다. 4월 28일과 5월 13일 등 두 차례 SK에 공동 선두를 허용했을 뿐이다. 5월 14일부터는 내리 선두를 질주했다. 김 감독은 “주변에선 쉽게 볼지 몰라도 개인적으로는 많은 고비를 넘어야 했다. 감독은 항상 스트레스를 달고 사는 자리지만 한국시리즈 직행을 확정지은 직후인 오늘은 모처럼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두산은 이날도 9회말 박건우의 끝내기 안타로 넥센을 9-8로 꺾었다. 시즌 성적은 87승 46패(승률 0.654)가 됐다.

○ 물음표를 느낌표로

시즌 전만 해도 두산의 독주를 예상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김 감독 자신도 “4강 정도의 전력”이라고 자평했다. 2017 한국시리즈에서 KIA에 패해 준우승에 머문 두산은 시즌 후 3명의 외국인 선수를 모두 교체했다. 특히 2011년부터 두산에서만 7시즌을 뛰며 94승을 거둔 부동의 에이스 니퍼트(현 KT)를 포기하는 강수를 뒀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두산의 베팅은 잭팟을 터뜨린 것으로 드러났다. 새로 데려온 2명의 외국인 투수 린드블럼과 후랭코프가 리그 최강의 ‘원투 펀치’로 자리 잡았다. 26일 현재 두 선수는 33승을 합작했다. 후랭코프(18승 3패)와 린드블럼(15승 4패)은 나란히 다승 1, 2위다. 린드블럼은 평균자책점 2.88로 이 부문 1위다. 마무리 투수에서 선발 투수로 전향한 이용찬 카드도 대성공이었다. 이용찬은 14승 3패, 평균자책점 3.82를 기록하며 선발진의 한 축을 든든히 메웠다. 이용찬은 다승 3위다.

장원준과 유희관 등 최근 몇 년간 선발 마운드를 책임졌던 선수들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두산은 가장 강한 선발진을 바탕으로 큰 위기 없이 마운드를 꾸려갔다. 시즌 중반부터 선발진에 합류한 이영하도 9승을 거두며 힘을 보탰다.

곽빈, 박치국, 박신지 등 검증되지 않은 젊은 투수들을 중심으로 꾸린 중간 계투진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김 감독은 “시즌 초반 곽빈이 어려운 경기를 잘 막아줬고, 중반 이후에는 박치국이 안정적으로 중심을 잡아줬다. 베테랑 김승회 역시 앞뒤 가리지 않고 모범을 보였다”고 칭찬했다. 이용찬 대신 마무리를 맡은 함덕주는 팀 좌완 역대 최다 세이브(26세이브)를 따내며 든든한 뒷문지기로 변신했다. 김 감독은 “시즌 전 우려했던 부분들이 시즌을 치르면서 잘 채워진 게 우승의 원동력”이라고 했다.

○ 외국인 타자 없이도 최강 타선

두산은 10개 팀 중 유일하게 외국인 타자가 없다. 많은 팀에서 외국인 타자는 타선의 핵심이지만 두산 외국인 타자는 천덕꾸러기로 지내다 모두 본국으로 돌아갔다. 파레디스는 타율 0.138에 1홈런의 부진을 보인 뒤 일찌감치 짐을 쌌고, 대체 외국인 선수로 영입된 메이저리그 출신 반슬레이크 역시 1, 2군을 오가다 퇴출됐다.

하지만 외국인 타자 없이도 두산은 팀 타율 0.309로 10개 팀 중 1위다. 그 중심에는 외국인 선수 이상의 장타력을 보유한 김재환이 있다. 김재환은 26일 넥센전에서도 5회 3점 홈런을 쏘아 올리며 시즌 홈런을 44개로 늘렸다. 김재환은 KBO리그 사상 최초로 3년 연속 3할 타율과 30홈런, 100타점, 100득점을 달성했다. 홈런과 타점(132개)은 팀 역대 최다다.

2006년 데뷔 후 지난해까지 통산 홈런이 22개에 불과하던 최주환은 올 시즌에만 24개의 홈런과 102타점을 기록하며 외국인 타자의 공백을 말끔히 메웠다.

두산 야수진은 타격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리그 최고다. 26일 현재 70개의 실책으로 팀 최소 실책 1위다. 포수 양의지는 “수비가 워낙 탄탄하다 보니 좀더 공격적으로 투수를 리드할 수 있다. 투수들도 수비수들을 믿고 자신의 공을 던진다”고 말했다.

○ 마지막까지 방심은 없다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두산은 팀 통산 6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한다. 김 감독으로서는 3번째 우승 도전이다. 김 감독은 부임 첫해인 2015년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고, 2016년에는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엔 정규시즌 2위로 한국시리즈에 올라갔지만 KIA에 패했다.

김 감독은 순위 싸움이 한창인 다른 팀들과의 잔여 경기에 대해 “상대가 어디든 신경 쓰지 않고 하던 대로 할 것”이라면서 “지친 선수들을 무리시킬 이유는 없다. 그렇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도록 주문할 것이다. 방심하는 순간 부상을 당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팀들이 포스트시즌 경기를 치르는 10월 중순 두산은 일본 미야자키에서 열리는 피닉스리그에 1군 선수들을 보내 실전 감각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KBO가 준플레이오프 제도를 도입한 1989년부터 지난해까지 열린 27번의 한국시리즈에서 정규시즌 1위 팀은 23차례(85.2%)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kbo리그#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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