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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차진아]수도권 집값, 정부가 고삐 쥘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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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차진아]수도권 집값, 정부가 고삐 쥘 수 있을까

차진아 객원논설위원·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입력 2018-09-27 03:00수정 2018-09-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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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 소유를 ‘투기 적폐’로 몰아 손해 보게 하는 정책, 성공 어려워
정부는 善意아닌 결과로 말하라
과거 잘못 바로잡는다는 미명하에 국민 삶을 피폐하게 만들어서야
차진아 객원논설위원·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 몇 달 동안 수도권의 집값 폭등은 나같이 집 없는 사람에게 끝없는 좌절과 분노를 안겨줬다. 교수가 된 지 10년이 넘은 사람이 집 한 채 없이 전세살이 하는 것이 무능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돈 모아서 내 집 마련하려는 사람 중에는 같은 심정인 경우가 많을 것이다. 큰 빚을 내서라도 이제는 집을 꼭 사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알아보던 서울 강북지역 아파트 값이 일주일 만에 2억 원 넘게 올라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나처럼 비정상적인 집값 폭등에 좌절하는 서민이 얼마나 될 것이며, 이들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정부는 작년 8·2부동산대책이 실패한 뒤 올해 9·13대책으로 더욱 강력한 규제를 예고했고 이어 9·21부동산공급대책까지 발표했다. 그러나 그 실효성에 아직도 회의적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 상황이 발생한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시장을 무시한 채 국가가 모든 것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발상에서 출발한 대책이, 더욱이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그대로 답습한 정책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집값은 수요, 공급의 경제 흐름과 이에 영향을 미치는 소비심리에 좌우된다. 그런데 정부의 대책들은 수요, 공급을 무시한 비현실적인 공급 대책에 의존하고 있으며, 소비심리를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인 택지 공급보다는 당장의 공급 확대가 더 시급함에도 재건축, 재개발에 대한 규제는 오히려 강화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원론적인 택지공급 방안을 이제야 내놓는가 하면, 정작 다주택 소유자나 부동산 투기세력이 쥐고 있는 부동산을 풀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정책들은 보이지 않는다.

예컨대 빚내서 아파트 한 채 더 사려는 사람들에게 은행권 대출 규제보다는 금리 인상이 오히려 더 효과적이고, 보유세 인상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양도세 등 거래세 인하가 함께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과거 노무현 정부 당시처럼 집을 팔면 큰 손해가 되기 때문에 끝까지 쥐고 있을 수밖에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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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정책 혼선의 배후에는 시장을 무시하는 정부의 오만한 태도가 깔려 있다. 다주택 소유를 무조건 투기로 간주해 적폐로 몰고, 다주택 소유자들에게 큰 손해를 감수하게 하는 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 이들이 과도한 이익을 보는 것은 막을 수 있다고 해도 엄청난 손해를 감수하면서 집을 팔도록 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약간의 이익 또는 약간의 손해를 보더라도 쥐고 있던 집들을 풀게끔 유도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 방향이다. 보유세는 강화하되 양도세 등 거래세는 완화하는 것이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일반화되어 있지 않은가!

그런데 가지고 있어도 부담이고 팔면 더 큰 손해라면, 어떻게 할까? 결국 팔고 큰 손해를 보느니, 계속 가지고 있으면서 정책이 바뀌기를 기다리게 된다. 그리고 이는 주택 공급을 옥죄는 결과를 가져온다.

부동산 정책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다른 정책도 경제 사회 문화적 영역의 활동을 지원하고 규제를 완화하기보다는 이른바 적폐청산을 앞세워 억제하고 숨죽이게 만드는 것이 대다수다. 심지어 생활적폐라는 이름으로 온갖 것들이 청산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불법과 비리에 분노하던 국민이 초기에는 이러한 정책들에 박수를 보냈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 이제는 과거 정부의 잘못을 바로잡는다는 미명하에 국민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일이 계속돼서는 안 된다. 그 결과를 가장 먼저, 그리고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이 시장이고 경제다. 정부의 태도가 달라지지 않는 한 부동산 정책 또한 과거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그대로 반복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목표가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잘못된 방식을 선택해 오히려 역효과가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목적의 정당성으로 방법의 오류를 덮으려 하지 말라. 정부가 진정으로 집값 광풍을 잠재우고 집 없는 사람의 좌절과 분노를 해소하고자 한다면 정부의 선의(善意)를 강조하지 말고 성공적인 결과로써 말해야 한다. 시장을 무시하는 경제 정책이 이념을 앞세워 전면에 나서면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정부의 독선과 오만이 가장 잘 드러나는 영역이 바로 경제이며, 현재의 부동산 정책이다.
 
차진아 객원논설위원·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부동산 정책#다주택#보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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