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폭탄에 中 즉각 보복관세 공식화… G2 무역전쟁 격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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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24일부터 관세부과 조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4일부터 2000억 달러(약 225조 원)어치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17일 밝혔다. 이에 맞서 중국 정부도 24일부터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18일 밤 공식 발표했다. 미국이 대규모 관세 폭탄을 터뜨리고 중국이 즉각 반격에 나서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한층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 무역전쟁의 전선이 소비재 품목으로 확대되면서 미국 최대의 연말 쇼핑 대목까지 충격을 주는 ‘블랙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 중국 대미 수출액 절반, 관세 폭격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미 무역대표부(USTR)에 약 20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년 1월부터 관세가 25%로 인상된다”고 강조했다. 자전거, 카메라, 가구, 해산물 등이 포함된 5745개 품목이 대상이다. 1차 관세 폭탄(7, 8월 500억 달러어치 관세 부과)까지 포함하면 지난해 중국의 대미 수출액(5056억 달러)의 절반가량이 관세 폭탄을 맞게 되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에서 “만약 중국이 보복 조치를 취한다면 우리는 약 2670억 달러어치의 추가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3단계 조치를 밀고 나가겠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대미 수출품 전체에 관세 폭탄을 떨어뜨리겠다는 것이다. 이어 18일 자신의 트위터에 “만약 우리의 농부, 목장주, 산업 노동자들이 타깃이 된다면 중국에 대한 거대하고 빠른 경제적 보복이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미 재무부가 다음 달 내놓을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카드도 남아 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가 27, 28일 워싱턴에서 무역 협상을 벌일 계획이었지만 미국이 대규모 추가 관세 부과를 결정하면서 협상이 물 건너갈 가능성이 커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중국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협상단 파견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 중국도 보복관세 부과하기로

미국이 20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물릴 경우 600억 달러어치의 미국산 수입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해 온 중국도 보복관세 부과를 공식화했다.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18일 공고를 통해 6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 5207개 품목에 5∼10%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공고는 24일 낮 12시 1분을 기해 관련 조치를 시행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중국 상무부도 이날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스스로의 정당한 권익과 세계 자유무역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중국은 부득이하게 반격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담화에서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거부하겠다는 뜻은 밝히지 않았다.

○ ‘블랙 블랙프라이데이 되나’ 우려 커져

트럼프 행정부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소비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애플 등의 스마트워치, 블루투스 장치, 자전거 헬멧, 카시트 등 300개 품목을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많은 소비재 품목이 대거 관세 폭탄을 맞게 돼 미국 최대 쇼핑 대목인 연말 블랙프라이데이 시즌까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전미소매업연맹(NRF)은 2000억 달러에 25%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가구 구입비가 45억 달러, 여행상품 구매 비용은 12억 달러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헌 쿼치 유통업경영자협회(RILA) 국제무역 담당 부회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관세는 미국인 가족에 대한 세금이며 중국이 아닌 소비자가 관세의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확대와 장기화로 세계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모건스탠리는 이번 조치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미국은 0.1%포인트, 중국은 0.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중 관세 부과 규모가 1000억 달러 증가할 경우 세계 교역이 0.5% 감소하고 세계 경제 성장률도 0.1%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구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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