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 性평등 10위와 118위, 그보다 더 큰 인식 차와 갈등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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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개발계획(UNDP)이 15일 발표한 올해 성불평등지수(GII)에서 한국이 189개국 중 10위에 올랐다. 성불평등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하다는 뜻으로 한국(0.063점)은 스위스 덴마크 스웨덴 네덜란드 등 성평등 수준이 높은 북유럽 국가들을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성불평등지수는 모성사망률, 청소년 출산율, 여성 의원 비율, 중등 이상 교육을 받은 여성 인구, 경제활동참가율 등 5개 지표로 구성된다. 한국이 성불평등지수에서 10위에 오른 것은 임신·분만으로 사망하는 여성이 적고, 청소년 출산율이 낮은 덕분이다. 의료 접근성이 뛰어난 보건의료 환경과 중고교 이상 교육을 받은 인구가 많은 영향이 크다. 반면 여성 의원 비율(17.0%)과 경제활동참가율(52.2%)은 지난 8년간 거의 변화가 없었다.

UNDP가 개발한 성불평등지수는 개발도상국의 경제·사회적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지표로 남녀 간 격차를 충분히 보여주지 못하는 한계가 없지 않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144개국 중 118위로 발표된 세계경제포럼(WEF) 성별격차지수(GGI)와 큰 차이가 나는 이유다. 여성의 사회 진출에 초점을 맞춘 WEF는 남성의 지위를 1로 두고 여성 경제활동참여율 및 고위관리자 비율, 남녀 임금 격차 등 14개 지표를 측정한다.

두 지수 간 차이는 한국은 보건, 교육 기회 등 제도적인 부분에서 성평등은 이뤄졌으나 이를 뒷받침할 성평등 문화는 더디게 발전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여성들은 학교를 다닐 적에는 성평등한 교육을 받지만 사회에 진출하거나 결혼하는 순간 높은 ‘성차별의 벽’을 실감한다. 남성보다 어렵게 취업을 해도 임금은 절반 수준(성별 임금 격차 0.510)이다. 가정 내에서는 어떠한가. 이번 추석을 앞두고 서울시여성가족재단에서 실시한 조사를 보면, 명절 성차별 사례로 남녀 모두 ‘여성만 하는 상차림’을 꼽았다. 우리 사회를 휩쓴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도 실질적인 성평등을 요구하는 사회운동의 일환이다.

성평등에서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두 개의 순위는 아직도 우리 사회가 문화적인 성평등을 향해 할 일이 많다는 점을 보여준다. 함께 노력해 갈 일이지 성평등이 높다고 혹은 낮다고 해석하며 싸울 일이 아니다. 성평등 관련 지수가 ‘여성 혐오’ ‘남성 혐오’로 귀결돼서는 실질적인 성평등으로의 진전은 요원하다.
#유엔개발계획#성불평등지수#성평등#미투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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