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레오 헤드폰 끼고 듣는 신박한 ‘모노’ 공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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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와 얼굴들’ 이색 콘서트… 관객 30명 모인 작은방서 라이브
10년 팀워크 뽐내듯 무결점 연주

6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의 작은 공연장. 헤드폰을 쓴 관객의 지척에서 노래하는 장기하. 두루두루아티스트컴퍼니 제공
6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의 작은 공연장. 헤드폰을 쓴 관객의 지척에서 노래하는 장기하. 두루두루아티스트컴퍼니 제공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이 이르면 다음 달 새 앨범 ‘모노(mono)’를 낸다.

2년여 만의 신작 제목은 말 그대로 모노 녹음에 대한 집착에서 나왔다. 장기하는 과거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15년 처음 차를 산 뒤 운전하며 비틀스의 모노 버전 앨범만 줄곧 들었다. 운전석이 왼쪽에 쏠린 차 구조에서 스테레오 감상은 온전치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라고 했다.

6일 장기하와 얼굴들은 기막히게 역설적인 공연을 펼쳤다. 서울 서대문구 문화 공간 ‘모텔룸’에서 관객 30명만 앞에 두고 펼친 이번 공연 ‘모노’는 ‘모노’의 반대였다.

밴드의 라이브 연주는 객석에 놓인 스테레오 헤드폰을 타고 관객 귓속에 곧바로 꽂혔다. 외부 스피커가 없었으므로 공연 도중 헤드폰을 빼면 갑자기 물에라도 빠진 듯 먹먹하게 멀리 작은 소리만 들려왔다. 베이스기타, 전기기타와 신시사이저의 효과음이 거세된 채 장기하의 생목소리와 기타 줄 긁는 음향 정도만 말이다.

결성 10년 동안 익을 대로 익은 그들의 라이브 연주는 현미경으로 봐도 티 없는 피부처럼 무결점에 가까웠다. 화끈한 무대 매너나 관객 제창 없는 연구실 같은 헤드폰 환경에서도 흠을 찾기 어려웠다.

공연 시작 전, 헤드폰에 비치 보이스와 비틀스의 곡을 워밍업 격으로 틀어놓은 데는 이유가 있었다. 첫 곡 ‘느리게 걷자’의 화음부터 자신감이 넘쳤고, 오두방정 떨듯 빠른 당김음의 ‘기상시간은 정해져 있다’의 긴박감도 오롯했다. 앨범 제목처럼 공연 제목도 ‘모노’였지만 반대로 스테레오의 매력으로 승부한 것이다. 연인의 전화 다툼을 묘사한 ‘우리 지금 만나’에서 ‘수화기를 왼쪽에 댔다/오른쪽에 댔다’의 대목에서는 헤드폰이 왼쪽, 오른쪽으로 소리를 분배하며 현실감을 높였다. 공연 시리즈 ‘모노’는 11월까지 9주간 지속한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장기하와 얼굴들#모노#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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