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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면 붕괴위험’ 알고도 조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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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면 붕괴위험’ 알고도 조치 없었다

김호경 기자 , 조유라 기자 입력 2018-09-14 03:00수정 2018-09-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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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도유치원 사고 전날 무슨일이…
원장 요청으로 긴급회의 열었지만 설계감리사 “비만 안오면 괜찮다”
이틀뒤 비 예보에도 대책 안세워… 원장은 업체 말만 믿고 휴업 안해
6일 붕괴된 서울 동작구 상도유치원 붕괴 사고를 일으킨 공사업체 관계자들이 비가 내리면 유치원이 붕괴될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사고 전날 알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이들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관할 구청과 교육청도 소극적으로 대처하면서 막을 수 있었던 사고를 방관한 셈이다.

상도유치원 붕괴 사고대책본부를 운영하고 있는 서울시교육청은 13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고 이틀 전인 4일 상도유치원 건물 내외에서 30mm 크기의 균열을 발견한 유치원장이 시공업체, 동작관악교육지원청, 동작구청에 긴급 대책회의 개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다음 날 동작구청 관계자가 불참한 가운데 긴급 대책회의가 열렸다.

시교육청이 일부 공개한 회의록에 따르면 현장 소장과 설계 감리사는 유치원장과 교육지원청 관계자들에게 “당장 붕괴될 정도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들은 “이미 터파기 작업이 끝나 더 이상의 균열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며 “건물 균열 허용범위는 70mm 정도인데 이에 못 미치기 때문에 보완 조치를 하면 붕괴 위험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비가 오면 토사가 유실돼 위험할 수 있다”며 “비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5일 서울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지만 이틀 뒤인 7일부터 서울에 비가 내린다고 예보된 상황이었다. 이틀 뒤 비가 와 붕괴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이다. 예보와 달리 6일 저녁부터 비가 내렸고 옹벽을 받치던 토사가 무너지면서 유치원 건물이 붕괴됐다.

유치원장은 “붕괴 위험이 없다”는 공사업체 관계자들의 말을 믿고 휴업을 하지 않았다. 3월 공사 시작 전부터 안전 문제를 계속 제기했던 유치원장은 5일 대책회의에서 공사업체 관계자들에게 휴업을 해야 할 상황인지 여러 차례 물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전문가인 공사업체 관계자들의 의견과 휴업 시 맞벌이 가정 자녀의 돌봄 공백이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해 휴업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교육당국은 올 4월부터 사고 직전까지 줄곧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4월 관할 교육지원청 시설 담당자가 유치원장의 요청으로 공사 현장을 방문했지만 공사업체에 방수포를 잘 덮으라고 얘기한 게 전부였다. 5월 유치원장이 정밀 안전진단을 위한 예산을 신청했지만 교육지원청은 “원인을 제공한 시공사가 부담해야 한다”며 거절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실제 건물에 위험 징후가 나타났다면 당연히 예산을 지원했을 텐데 당시 공사 시작 전이라 그럴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김호경 kimhk@donga.com·조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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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면 붕괴위험#상도유치원 사고 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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