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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인프라 확보 땐 경제도 활성화… 노인 친화적 환경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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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인프라 확보 땐 경제도 활성화… 노인 친화적 환경 만들어야”

김윤종 기자 입력 2018-09-13 03:00수정 2018-09-13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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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어디에]<5·끝>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박두용 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 대담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왼쪽)과 박두용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이 최근 서울 영등포구 건보공단 사무실에서 노인 안전과 고령화사회 대책을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이들은 “노인에게 안전한 사회 인프라를 구축한다면 고령화는 사회적 위기가 아닌 새로운 기회”라고 강조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환경이 인권’이란 말이 있다. 노인에게 환경은 인권을 넘어 ‘생명권’이다. 동아일보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어디에’ 기획 시리즈를 통해 노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환경을 취재하면서 내린 결론이다. 취재팀이 전문가 및 어르신들과 함께 다닌 도로와 인도, 대중교통, 공공시설 등 곳곳에는 노인의 편의를 고려하지 않은 각종 위험요소가 산재했다. 가장 안전해야 할 집안에서 낙상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났다.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급속한 고령화 속에 ‘노인 친화 인프라 구축’은 향후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과 박두용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은 최근 서울 영등포구 건보공단 사무실에서 이를 주제로 대담을 가졌다. 김 이사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대통령 자문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고령사회 전문가다. 박 이사장은 산업안전보건 전문가로 통한다. 이들은 우리 사회가 노인 인프라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 이사장=우리나라에서 다쳐서 치료를 받는 사례가 연간 1300만 건에 이른다. 이 중 가정에서 다친 게 230만 건이나 된다. 교통사고가 연간 140만 건인 점을 감안하면 집에서 얼마나 많이 다치는지 알 수 있다. 주로 노인과 어린이들이다. 특히 노인들에게 낙상은 치명적이다. 낙상의 사회적 비용이 어마어마하다. 그런데도 이를 예방하려는 사회적 인식이 턱없이 부족하다.

(실제로 한국 노인 10명 중 1명은 일상생활 중 낙상 등으로 골절 사고를 겪는다. 이로 인한 연간 의료비는 1조 원에 육박한다. 2010∼2016년 응급실 23곳을 찾은 노인 낙상환자 7만8295명 중 54%(4만2287명)가 자신의 ‘집안’에서 사고를 당했다.)

▽김 이사장=노인이 되면 침실과 거실을 오가다가도 넘어질 수 있다. 화장실에서도 쉽게 넘어진다. 그런데 국가의 고령자 대책은 천편일률적으로 노인소득을 보전해주고 노인병원이나 요양보험을 확대하는 것만 생각한다. 고령화 대책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노인의 건강’이다. 노인의 건강관리란 것은 예방 접종만 해주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노인들의 건강을 해치는 요인을 찾아내고 이를 없애 위기를 막아주는 게 중요하다.

동아일보는 이달 3일부터 ‘노인을 위한 나라는 어디에’기획 시리즈를 게재했다. 도로와 인도, 대중교통, 공공시설 곳곳에 노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환경을 고발하고, 노인 친화 인프라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대안을 제시했다. 급속한 고령화시대에는 노인의 안전이 곧 국가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박=예전에는 인도를 걷다 보도블록에 걸려 넘어지면 “재수가 없다”고 말했다. 아니면 “내가 부주의해서 다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시민들은 보도블록에 넘어져 사고가 나면 “보도블록 공사가 잘못됐다” “정부가 배상하라”고 항의한다. 안전에 대한 권리의식이 생긴 거다. 과거 국가의 안전기준은 건강한 남성 위주로 맞춰졌다. 하지만 고령화·저출산 시대에는 안전기준을 노인과 장애인, 여성에게 맞추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김=선진국에 가보면 노인과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탄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휠체어 탄 노인이나 장애인을 보기 어렵다. 안전하게 다닐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인도를 보면 울퉁불퉁하고 턱이 많고 이면도로를 만나 끊어지기 일쑤다. 뒤집어 이야기하면 노인이나 장애인들이 집안에 갇혀 있다는 뜻이다. 노인들은 움직이기 어렵고 밖에 나가기를 두려워한다. 집에 갇혀 있다 보니 노인 우울증도 늘어난다. 세상과 단절되는 원인이 인도나 횡단보도, 계단인 셈이다.

반면 이런 사회 인프라가 노인 친화적으로 바뀌면 노인들이 밖으로 나가 잘 돌아다닐 수 있다. 가정에서 돌보는 부담이 줄어든다. 노인이 밖을 돌아다니다 보면 건강해지고 취업 가능성도 높아진다. 간단히 말해 보도를 정리해 노인들이 안전하게 외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노인 건강대책이고, 노인 취업대책이다. 이게 진짜 중요한 고령화 대책이다.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711만5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14.2%를 차지해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2025년에는 노인 인구가 전체의 20%에 달해 초고령사회가 된다. 2020년부터는 베이비부머의 은퇴 러시가 이어진다. 김용익, 박두용 이사장은 “고령화는 위기이자 기회”라고 강조했다.)

▽박
=노인 안전 문제는 경제와 산업 측면에서도 봐야 한다. 노인이 안전하게 이동하는 것 자체가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다. ‘범죄도시’로 유명한 콜롬비아 ‘메데인’은 시장이 달동네로 올라갈 수 있는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자 이동권이 확보돼 슬럼화 현상을 완화할 수 있었다. 취업률이 급상승하는 것은 물론이고 범죄마저 줄었다. 고령화사회도 마찬가지다. 안전한 노인 인프라가 구축되면 노인의 경제 활동이 늘어나고, 사회가 더 활성화된다.

▽김=고령화는 ‘동전의 양면’이다. 고령화는 분명 사회적 위기지만 그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 예를 들어 도로와 주택 내 노인 안전 관련 인프라를 만드는 일은 ‘고령 친화 산업’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 노인에게 필요한 각종 안전 시설물과 노인 요양 설비 및 기구 등은 고령화사회에서 엄청난 수요가 있을 것이다. 이런 산업은 중소기업들도 충분히 기술을 개발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분야다. 현재 한국에서 꼭 필요한 산업 분야다.

▽박
=맞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심화될수록 인적 자본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 고령자를 사회적 부담으로 인식하기보다 잘 활용할 인적 자본으로 인식해 노동력을 유지시켜 주는 게 중요하다. 특히 은퇴가 이어지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는 신체적으로나 지적으로 매우 숙련된 노동력을 갖춘 사람들이다. 나이가 들어도 다치거나 병들지 않고 건강하게 계속 일할 수 있어야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경제·산업적 관점에서 노인 문제를 다룰 정부 조직도 필요하다. 노인 일자리와 복지를 챙기는 ‘노인청’ 신설이 선거 때만 반짝 거론돼 아쉽다.

▽김
=과거에는 남성, 그것도 청년이 사회 중심이었다. 하지만 저출산과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다 보니 앞으로 청년과 남성만으론 사회가 나아갈 수 없다. 여성과 노인이 경제활동을 해야 한다. 노인들이 몇 살까지 경제 활동을 하고 근로소득을 올려주느냐에 고령화 정책의 성패가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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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해 21세기 한국의 생존은 ‘물적 자본’이 아니라 ‘인적 자본’에 달려 있다. 사람을 100% 활용하지 못하면 한국은 21세기를 제대로 넘어갈 수 없다. 나이를 먹어도 일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회가 전환되면 저출산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노후 불안이 줄면 아이를 낳는 데 대한 두려움도 줄어들 것이다. 사회 인프라를 청년 남성 중심에서 여성과 고령자 중심으로 바꿔야 하는 이유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고령사회#노인 인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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