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분당-광명도 들썩들썩… 수도권 남부로 번지는 집값 상승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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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에 있는 동부코오롱 아파트 전용면적 59m²가 최근 7억 원에 매물로 나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하순 5억8000만 원에 거래됐던 곳이다. 한 달도 안 돼 1억2000만 원이 뛴 것이다. 인근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서울 강남 집값이 급등하니까 덩달아 가격이 뛰고 있다”며 “가격을 보고 놀란 투자자들도 ‘강남이 오르면 분당도 같이 오른다’는 인식이 있어 수긍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정부가 이번 주 안으로 부동산 추가 규제를 내놓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서울 아파트 시장 열기가 맞닿은 수도권 지역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오름세가 워낙 가파르다 보니 “(2006년) 버블세븐 때보다 뜨겁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10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분당신도시 아파트값은 12.02% 올랐다. 경기도 내에서 가장 상승률이 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성남시 분당구의 3.3m²당 평균 아파트값은 2085만 원(8월 말 기준)으로 집계됐다. ‘버블세븐’으로 불렸던 2006년 말(2016만 원) 가격을 뛰어넘었다. 버블세븐이란 당시 노무현 정부가 부동산 시장 과열로 집값에 거품이 끼어 있다며 서울의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구)와 양천구 목동, 경기 성남시 분당구와 용인시, 안양시 평촌 등 7곳을 지칭했던 표현이다.

현장의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서울 집값이 크게 뛰면서 이에 부담을 느낀 수요자들이 분당으로 눈을 돌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분당구 정자동 G공인 관계자는 “정부 규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갭투자자’가 몰리면서 소형 매물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가 됐다”고 했다. 야탑동 C공인 관계자는 “한 달도 안 돼 1억 원씩 뛰었는데 여전히 ‘막차를 타야 한다’는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여기에 리모델링 논의까지 활발해지면서 버블세븐 때보다 더 과열돼 있다”고 했다.

강남과 맞닿은 과천은 열기가 더 뜨겁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 과천 집값은 1.38% 올라 전국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정부가 과천에 신규 택지 지정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린벨트 시장까지 들썩이고 있다.

8·27부동산대책을 통해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광명에서는 값이 워낙 많이 오른 나머지 하락장세를 걱정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광명 ‘철산한신’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집값이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며 오른 김에 지금 얼른 팔아서 안전한 서울로 가려는 사람도 더러 있다”고 귀띔했다. 이 단지는 7월 초 4억 원에 거래된 전용 89m²가 7월 말 5억600만 원에 팔렸다. 현재 호가는 6억5000만 원 선이다.

2기 신도시 집값 상승세도 심상치 않다. 위례신도시 중 행정구역상 하남에 위치한 ‘신안인스빌아스트로’는 전용 101m²가 13억 원에 매물로 나왔다. 가장 최근 실거래가(8억4231만 원·지난해 6월)보다 4억 원 넘게 높은 금액이다. 분당과 가까운 판교신도시 매매가는 3.3m²당 평균 아파트값이 3000만 원을 돌파해 조만간 서울 송파구 수준을 넘어설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서울 집값에 부담을 느낀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경기지역에서도 강남권과 맞닿은 지역 중심으로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며 “뾰족한 공급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추석 이후로도 당분간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집값#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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