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 화환 대신 쌀로 보내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인천공동모금회 쌀 모으기 호응, 7월까지 1211건 7억 원어치 모아
끼니 걱정 소외계층에 전달

정덕수 ㈜삼정유앤디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가 아파트 모델하우스 개관 축하 화환 대신 받은 쌀을 모아 정명환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에게 전달하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인천공동모금회에는 생활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도우려는 시민들의 정성이 이어지고 있다.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정덕수 ㈜삼정유앤디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가 아파트 모델하우스 개관 축하 화환 대신 받은 쌀을 모아 정명환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에게 전달하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인천공동모금회에는 생활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도우려는 시민들의 정성이 이어지고 있다.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7월 인천 남구 학익동에서 600여 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분양한 정덕수 ㈜삼정유앤디 대표(53)는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쌀을 기부했다. 6월 지인들에게 모델하우스 개관 행사 초청장을 보내면서 ‘축하 화환은 받지 않기로 했으니 대신 쌀을 보내 달라’고 부탁했다.

지난해 11월 1억 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인천지역 아너소사이어티의 112번째 회원으로 가입하기도 한 그는 분양행사가 끝나면 쓰레기로 버려질 화환 대신 쌀을 받아 소외된 이웃을 돕기로 했다. 2002년부터 인천에서 건설회사를 운영하면서 가정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해왔던 그의 초청장을 받은 지인들은 흔쾌히 1400kg이 넘는 쌀을 보내왔다. 인천공동모금회는 이 쌀을 다시 인천시기부식품지원센터나 보육원과 같은 사회복지시설에 전달했다.

정명환 인천공동모금회장(71)은 “명절이나 연말을 앞둔 시기도 아닌데 정 대표가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쌀을 모아 보내줬다”며 “비록 10kg짜리 쌀 1포대라도 매일 끼니를 걱정하는 소외계층에는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크고 작은 행사를 열면서 축의금이나 화환을 받는 대신 생활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쌀을 모아 기부하는 고마운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10일 인천공동모금회에 따르면 1∼7월 7억3500만 원(1211건) 상당의 쌀이 기부됐다. 법인이나 사회단체의 쌀 기부가 283건으로, 기부량은 전체의 60%가 넘는다는 설명이다. 대부분 회사 창립기념일, 사무실을 새로 열거나 이전하는 행사 등을 하면서 축하객에게 받은 쌀을 기부한 것이다.

하지만 개인이나 익명의 기부자가 쌀을 보낸 경우가 900건이 넘어 인천공동모금회에 더 큰 힘이 되고 있다. 5월 미추홀구에서 부모의 칠순잔치를 연 40대 주민은 화환 대신 받은 쌀 200kg을 주민자치센터를 통해 인천공동모금회에 보냈다. 또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이 음식점이나 가게 등을 낼 때 화환 대신 받은 쌀을 보내오는 경우도 많다. 그 밖에 취미 활동을 함께하는 친목단체도 쌀을 보내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인천의 한 헬스장에서는 2016년부터 체중 감량에 성공한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낸 쌀을 정기적으로 기부하고 있다. 정민주 인천공동모금회 경영관리팀장은 “올 추석에도 생활형편이 어려운 소외계층을 배려하는 데 시민들이 동참해주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인천공동모금회에는 시민들이 187억6100만 원을 보냈다. 이 가운데 11.6%인 21억7600만 원(5083건)이 쌀로 기부됐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인천공동모금회#쌀 모으기#쌀화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