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문건 유출’ 유해용 前대법연구관 소환 조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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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통진당 소송 문건 등 받아봐”, 행정처 재판 개입 연루에 무게

외부 누설이 금지된 대법원 재판 합의 과정이 담긴 문건을 변호사 사무실로 옮겨 놓은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52)이 9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유 전 수석연구관을 불러 문건을 외부로 유출한 경위 등을 조사했다. 검찰 조사를 받기 전 유 전 수석연구관은 취재진에게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는 말만 하고, 다른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2016년 6월 작성한 ‘통진당 사건 전합 회부에 관한 의견(대외비)’ 문건이 유 전 수석연구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과 물증을 확보한 상태다. 대법원 재판을 총괄 검토하는 수석연구관에게 문건이 전달됐다는 점에서 검찰은 법원행정처의 재판 개입이 실제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유 전 수석연구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선 진료’했던 김영재 원장 부부 특허소송 관련 정보를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건넸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유 전 수석연구관이 건넨 자료가 청와대로 전달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앞서 검찰은 5일 김영재 원장 부부 특허소송에 개입한 혐의에 대해 유 전 수석연구관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대법원 재판연구관들이 작성한 재판검토보고서와 판결문 초고 등 대법원 기밀자료 파일과 출력물을 다수 발견했다. 이 중에는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재판과 관련한 자료도 여러 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후 유 전 수석연구관이 반출한 문건들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죄 등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검찰은 “영장 기각은 심각한 불법 상태를 용인하고 증거 인멸의 기회를 주는 결과가 돼 부당하다”며 대법원에 기밀자료 불법 반출에 대한 고발을 요청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검찰이 이미 수사하고 있는 사건을 대법원이 범죄 혐의의 성립 여부를 검토하고 고발 등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답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재판문건 유출#유해용 전 대법연구관 소환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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