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美 종전선언 채택땐 핵신고 넘어 핵탄두 반출 수용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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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적극적 비핵화 조치’ 의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0년 말 비핵화 완성 시간표’를 내놓은 가운데 미국의 ‘동시 행동’을 조건으로 김 위원장이 밝힌 ‘보다 적극적인 비핵화 조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는 대북특별사절단 방북 결과를 미중일에 설명하면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각각 중국과 일본에 특사로 파견해 이번 대북특사단의 방북 결과를 설명하도록 지시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정 실장은 8일 중국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과 면담할 예정이며 서 원장은 10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예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미국 특사 방문 일정은 아직 조율 중이다. 청와대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과의 일정을 잡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면담이 무산된 중국에는 특사를 파견하기로 한 만큼 미국이 김정은의 비공개 메시지에 대한 입장을 아직 정하지 못했기 때문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 실장은 6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통화하고 김정은이 전달을 요청한 비공개 메시지를 전했다. 정 실장은 9일 볼턴 보좌관과 다시 통화해 김정은의 메시지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전달받을 예정이다. 김 대변인은 “북한의 메시지를 전달했으니 트럼프 대통령과 정책결정권을 가진 분들이 진지하게 숙의해 뭔가 조처가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에 의구심을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보다 적극적인 비핵화 조치’를 언급하면서 확실한 의지를 보였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보다 적극적인 조치’는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핵시설 신고 이상의 조치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2020년 말까지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할 수 있다고 밝힌 상황. 2년 남짓한 시일 안에 핵시설 신고와 폐기는 물론이고 검증 절차를 모두 완료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그동안 신속한 비핵화를 위해 핵무기 반출과 특별사찰 등 검증을 강조해 왔던 만큼 김정은이 미국의 요구를 일부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전달하려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선임보좌관은 이날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공동합의문에 ‘첫 임기 내 비핵화’를 간절히 넣고 싶어 했다”며 “김정은이 밝힌 첫 임기 내 비핵화는 트럼프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 법무부는 6일(현지 시간) 북한 정찰총국과 관련된 북한 해커 박진혁(34)을 컴퓨터 및 텔레뱅킹 금융사기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북한 정부가 지원한 사이버 범죄와 관련해 해커를 기소한 것은 처음이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평양 김책공대를 졸업한 박진혁은 북한의 해킹조직으로 알려진 ‘라자루스’그룹 소속이자 ‘조선엑스포 합작회사’ 소속으로 10년 넘게 일했다. 특히 2014년 김정은 국무위원장 암살을 다룬 영화 ‘인터뷰’ 제작사인 소니픽처스 해킹, 2016년 8100만 달러를 빼내 간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해킹 등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미 법무부의 북한 해커 기소 발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감사 트윗을 적은 지 몇 시간 뒤에 나왔다. 이에 대해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이행할 때까지 대북제재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김정은#비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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