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트럼프 정부내 레지스탕스” 익명 글에 “반역자 색출” 발칵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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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트럼프 백악관]우드워드 책 ‘공포’ 이어 고위관리 NYT 익명 기고 파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은 돌발적이며 적대적이고 옹졸하며 비효과적이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는 나라를 우선시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조용한 저항’이 벌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가 5일(현지 시간)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익명의 기고문 ‘나는 트럼프 행정부 내부의 저항군(Resistance)이다’를 공개하자 백악관은 혼돈에 빠져들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혼란상을 낱낱이 드러낸 워싱턴포스트(WP) 밥 우드워드 기자의 신간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 내용 일부가 공개된 지 하루 만에 또다시 초대형 ‘악재’가 터졌기 때문이다. 이 기고문은 트럼프 행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적인 성향을 막아내 나라를 구하려는 일종의 ‘레지스탕스’들이 백악관 내부에 존재한다고 소개했다. NYT는 기고문 필자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 내부의 고위 관계자이자 신원이 공개되면 자리를 잃게 될 수 있는 인물”이라며 “필자의 요청으로 익명 처리했다”고 밝혔다.

○ 대통령 해임 가능성까지 거론

NYT에 실린 기고 미국 뉴욕타임스에 실린 문제의 익명 기고문. 지면 제목은 ‘트럼프 행정부 내부의 조용한 저항’이고 인터넷판 제목은 ‘나는 트럼프 행정부 내부의 저항군’이다.
NYT에 실린 기고 미국 뉴욕타임스에 실린 문제의 익명 기고문. 지면 제목은 ‘트럼프 행정부 내부의 조용한 저항’이고 인터넷판 제목은 ‘나는 트럼프 행정부 내부의 저항군’이다.
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도덕성 부재(amorality)’와 이로 인해 비롯된 그의 충동적인 정책 결정 방식이 문제의 근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불과 1분 전에 내려진 결정이 바로 뒤집어질지 아무도 모른다”며 “대통령은 국가의 건강을 해치는 방식으로 행동한다”고 적었다.

이어 “(임기 초반엔) 대통령의 불안정성을 인식한 사람들 사이에서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해 대통령을 해임시키자는 조용한 얘기가 오가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 조항에 따르면 부통령과 행정부 각료 과반수가 ‘대통령이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상·하원에 보고할 경우 부통령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는다.

필자는 “하지만 헌정 위기를 불러오기를 바라지는 않았다”며 “트럼프의 임기가 끝날 때 까지 행정부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겠다”고 적었다. 또 “(행정부 내의) ‘어른들(adults)’이 상황을 모두 파악하고 있다”며 “(이들 중 일부는) 악당으로 묘사돼 왔지만 사실 대통령이 나쁜 결정을 내리는 걸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적었다. 이들이야말로 ‘숨겨진 영웅들(unsung heroes)’이라는 것이다.

이는 전날 공개된 신간 ‘공포’의 내용과도 일맥상통한다. 책에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무차별적인 시리아 폭격 지시를 거부하고 게리 콘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문서를 대통령 몰래 치우는 장면들이 소개돼 있다.

NYT는 “익명 필자의 칼럼을 게재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라며 “편집자는 칼럼이 워낙 중요한 내용을 담아 예외로 분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칼럼 원고는 지난주 중개인을 통해 전달됐다.

○ 백악관 ‘필자 색출 작업’ 돌입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재진 앞에서 “익명 칼럼이라니. 믿을 수 있느냐. 이는 비겁한 짓이다”라고 말했다. 같은 날 자신의 트위터에는 “만약 이 비겁한 ‘익명의 관계자’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NYT는 당장 국가 안보를 이유로 그 사람을 정부에 넘겨야 한다. 반역”이라고 적었다.

백악관은 필자를 색출하기 위해 ‘사냥’에 들어갔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대통령 측근들은 최소한 필자가 일하는 부서라도 알아내기 위해 기고문의 언어 패턴을 분석하는 등 작전에 들어갔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한 행정부 관계자는 WP에 “한 사람을 특정해 지목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너무나 많은 사람이 (필자 후보군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WP는 “트럼프 측근들 사이에선 ‘잠복조직(sleeper cells)’이 깨어났다는 메시지까지 돌고 있다”고 전했다. 인터넷에는 칼럼에 등장하는 ‘lodestar’(‘북극성과 같은 지침’을 의미)라는 단어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평소 자주 사용했다며 그를 필자로 지목하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신간 ‘공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5, 6학년 수준”이라고 비판한 것으로 나오는 매티스 장관이 곧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시 로긴 WP 칼럼니스트는 “매티스 교체설은 ‘공포’ 출간 전부터 있었지만 관계자들에 따르면 신간 출간 이후 이 가능성은 더 현실화됐다”고 전했다. 후임으로는 잭 킨 전 육군 부참모총장이 거론된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고위관리 nyt 익명 기고 파문#트럼프 반역자 색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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