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령 한국’ 노인들 빚 낭떠러지로 내몰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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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의 늪에 빠지는 노년층이 늘고 있다. 올 상반기 60세 이상 고령층의 개인·프리 워크아웃(채무조정) 신청자는 5451명으로 4년 전(2911명)에 비해 87%나 늘었다. 같은 기간에 전체 파산 신청자는 22% 줄어들었으나 유독 60대 이상에서만 2%가 늘었다. 한국은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가 14%에 달해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그런데 노년층은 ‘빚 낭떠러지’에 직면한 셈이다.

최근 60대 이상에서 채무조정자가 늘어난 것은 고령층의 절대인구가 늘어난 데다 노인들의 기대수명이 늘면서 질병이나 사업실패로 모아둔 돈을 다 써버린 영향도 있다. 노후 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자칫 병이라도 걸리면 빚으로 치료비와 생활비를 감당하기 힘들어 생계형 파산의 덫에 빠지는 것이다. 문제는 노년 파산이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앞으로 금리 인상까지 겹치면 600조 원에 이르는 자영업 부채 부실의 뇌관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현행 사회보험제도는 채무불이행이나 파산에 따른 노년 빈곤의 방파제 역할을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현재 소득 하위 70% 이하의 만 65세 이상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은 최대 20만 원이다. 국민연금에 가입했더라도 현재 전체 수령자의 월평균 수령액은 38만 원에 불과하다. 개인 연금상품도 최근 해지 건수가 급증하고 있어 노년층 상당수가 재무 리스크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다.

정부는 장기 소액 연체자나 70세 이상 고령층에 대해 채무를 일부 감면해주는 제도를 운영하지만 노년층 부채를 덜어주기에는 한계가 있다. 국민 스스로가 노후를 준비할 수 있게 정부가 연금상품에 대한 세제 혜택과 금융 교육을 늘리면서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해 노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이들이 경제주체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사회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일본에서는 65세 넘어서도 일을 하면서 다양한 취미와 소비활동을 하는 이른바 ‘액티브 시니어’들이 많다. 한국에서도 고령층이 점차 부족해질 생산인력을 대신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노년 파산의 대책이자 고령사회의 중장기 해법이 될 수밖에 없다.


#고령사회#고령층 채무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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