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클래식서 시즌 첫승 이정은 “12개 대회 무관, 라면-콜라 끊었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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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승 등 전관왕서 부진 수렁… “색다른 목표 세우니 샷도 살아”
단숨에 상금 3위… 경쟁 불붙어

KLPG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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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기다린 시즌 첫 승을 메이저 타이틀로 장식했다. 게다가 우승 상금은 국내 최고 규모인 3억5000만 원. 화려한 축하 파티를 떠올릴 만했지만 이정은(22·대방건설·사진)은 시상식 후 팬클럽 회원들과 닭갈비집에 들른 뒤 경기 용인 집에서 라면 한 그릇으로 우승을 자축했다.

이정은은 어려서부터 일주일에 두세 번 찾을 만큼 좋아했던 라면을 지난 두 달 가까이 딱 끊었다. “7월부터 우승할 때까지는 라면을 먹지 않기로 다짐했어요. 자주 마시던 콜라도 노보기 플레이를 해야 마시기로 마음먹었죠.” 이 같은 결심은 일본에서 만난 전 세계랭킹 1위 신지애의 조언 때문이었다. “우승이 없어 너무 힘들었어요. 그때 지애 언니가 자기가 좋아하는 걸 목표로 세워 보면 동기 부여가 될 수 있으니 해보라고 조언을 해줬죠. 뭔가 선물 받는 기분을 느껴보고 싶었어요.”

아이언 샷 날리는 이정은. KLPGA 박준석 제공
아이언 샷 날리는 이정은. KLPGA 박준석 제공
라면과 콜라의 달콤한 유혹을 참아낸 그는 2일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한화 클래식에서 최종 합계 13언더파로 정상에 오른 뒤 눈물을 쏟았다. 이 대회 1라운드를 보기 없이 마친 뒤 콜라를 마시기도 했다.

지난해 시즌 4승에 대상, 상금왕, 평균 타수 1위 등 전관왕에 오르며 국내 필드를 지배한 이정은은 올 들어 티샷 정확도가 떨어지면서 12개 대회를 치르도록 무관에 그쳐 마음고생이 심했다. 343일 만에 통산 5번째 정상에 오른 이정은은 “작년에 너무 잘해 부담이 심했다. 이번엔 마음을 비우고 내 플레이를 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체력이 떨어지면 불필요한 자세가 나와 티샷이 흔들린다. 하반기 들어 드라이버 샷에 자신감이 붙으면서 전반적으로 스코어가 잘 나온다”고 설명했다.

3일 경기 강화의 한 초등학교에서 재능기부 행사를 가진 이정은.
3일 경기 강화의 한 초등학교에서 재능기부 행사를 가진 이정은.
이정은의 부활로 개인 타이틀 경쟁도 더욱 뜨거워졌다. 상금 랭킹 9위에서 3위(6억7600만 원)로 점프한 이정은은 1위 오지현(7억5100만 원), 2위 최혜진(6억7900만 원)과 치열한 상금왕 경쟁을 예고했다. 평균 타수 부문에서는 69.6257타로 1위에 나섰다.

이정은은 “이젠 2승을 향해 달리겠다. 애정이 많은 평균 타수 1위를 지키려고 하다 보면 다른 결과도 잘 나올 것이다. 라면을 자주 먹게 되기를 바란다”며 웃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한화 클래식#이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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