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개호 “농촌에 태양광 무분별 확산 반대… 규제해 우량농지 지킬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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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개호 농식품부 장관 인터뷰

지난달 10일 취임한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농업 부문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이 크다고 지적하면서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장관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농식품부 서울사무소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지난달 10일 취임한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농업 부문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이 크다고 지적하면서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장관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농식품부 서울사무소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정부가 태양광 발전을 장려하지만 농식품부 입장에서는 우량 농지를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 정책 기조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게 아니라 농업인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의견을 적극 개진할 것임을 시사하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실제 전체 국민의 이익과 농업인의 이익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농민들은 쌀값이 오르는 게 좋지만 일반 국민들은 쌀값 상승으로 생계비 부담이 커진다. 이런 딜레마 상황에서 중심을 잡는 게 이 장관의 주된 역할이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보완할 복안이 있나.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일자리안정자금 지원금액이 내년에 13만 원에서 15만 원으로 확대된다는 점을 적극 홍보해 농업현장의 인건비 부담을 낮추겠다. 법인취업지원, 인력중개 등 농가의 인건비 절감을 위한 간접지원방안도 적극 강구하겠다.”

―농촌 태양광이 작황에 부정적인가.

“농산물 가격이나 식량 생산에 상당한 영향이 있다. 우량 농지는 반드시 지켜야 하고 진흥지역에서는 철저히 규제해야 한다. 저수지 등 수상태양광은 먹는 물 수준의 수질이 유지되도록 주민동의, 경관심의, 기능유지 등 세 가지 원칙을 인허가 과정에서 철저히 반영하겠다. 산은 산림훼손이 최소화되도록 산림청이 허가 기준을 25도에서 15도로 강화했다.”

―농사를 지으면서 태양광도 설치하는 ‘영농형 태양광’이 대안이 될 수 있나.

“최근에는 논밭에 농사를 지으며 태양광 발전을 하겠다는 신청이 많이 들어온다. 연말까지 수요조사를 할 계획인데 태양광 아래에서 농사를 지을 때 수확량이 얼마나 줄어드는지가 관건이다. 농식품부는 논에 태양광을 설치할 경우 쌀 수확량이 20% 가까이 줄어든다고 보지만, 태양광 사업자들은 15% 정도라고 설명한다. 수확량 감소폭에 대해 연구용역을 의뢰한 상태이고 연말쯤 결과가 나오면 농식품부 방침을 정할 계획이다.”

―정부가 세법을 바꿔 농협 준조합원의 예탁금 등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없앤다고 하는데….

“농촌에서 농협과 경쟁하는 것은 새마을금고나 신협 같은 특수금융기관들이다. 정부가 농협 준조합원의 비과세 혜택을 없애면 예금자들은 신협이나 새마을금고로 몰릴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세수는 늘지 않고 농협 경영만 어려워지게 되는 셈이다. 비과세 혜택은 유지돼야 한다. 기획재정부도 이런 상황을 이해하고 있고 국회와 함께 비과세 혜택 유지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최근 쌀값이 많이 올랐다. 적정 쌀값은 어느 정도인가.

“현재 산지 가격이 80kg 한 가마니 기준으로 17만 원 후반 정도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30% 정도 올랐지만 지난해 가격이 20년 전과 같을 정도로 폭락했었다. 지금도 결코 높은 수준이 아니다. 조금 더 올라도 소비자들이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본다.”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추석물가가 걱정이다.

“무 배추가 문제다. 정부 비축분을 출하하고 긴급 수매 등 가격 안정화 조치를 취했다. 추석 기간 성수품 공급을 평상시 대비 1.5배 규모로 늘리겠다.”

―쌀농사 직불제는 개편되는 것인가.

“직불제는 반드시 개편해야 한다. 현재는 철저히 쌀 중심 제도로 돼 있고 땅이 많은 사람에게 유리하다. 이를 공익형으로 바꿔 논에 물을 대고 밭에 씨를 뿌리면 환경을 보존한다는 의미에서 친환경 직불금을 지급한다는 게 내 구상이다. 그리고 영세소농에 대해서는 기초소득을 보장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개편안을 내놓고 여론수렴을 거쳐 3월 말까지는 확정하려고 한다.”

―청년 농업인을 위한 정책은….

“현재 40세 이하 청년농업인은 전체 경영주의 1%인 9000명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청년후계농 비율을 5년 내에 2%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도시 주변의 농협창고를 활용해 음식점, 카페 등 편의시설과 문화공간을 만들거나 농산물 유통 부문 일자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정책수단이 필요하다.”

―지난달 말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다. 어떻게 대처할 계획인가.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소해면상뇌증(BSE)이 발견됐다. 발견된 소는 6년생이지만 우리는 30개월령 미만만 수입한다. 미국산 쇠고기 현물검사 비율을 3%에서 30%로 확대 실시하고 있으며 이번을 계기로 월령제한 문제는 미국 측에 더 보수적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게 됐다.”

―해마다 조류인플루엔자와 구제역 등 가축질병이 나타나고 있다. 대책이 있다면….

“농가가 가금류를 들이거나 출하할 때 신고를 의무화하는 등 방역시설 점검제도를 개선하겠다. 아울러 AI 특별방역대책 기간 전인 9월 중에 방역요령과 소독방법에 대한 현장실습을 실시할 계획이다.”

::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

△ 1959년 전남 담양 출생
△ 광주 금호고, 전남대 경영학과
△ 1980년 행정고시 24회
△ 2000년 전남 목포시 부시장
△ 2009∼2011년 전남도 행정부지사
△ 2014∼2018년 19, 20대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인터뷰=신치영 경제부장·정리=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이개호#태양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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