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퇴위’ 서한까지… 교황을 흔드는 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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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교단 성추행 알면서도 묵인”, 교황청 美대사였던 대주교 공세
교황측 “사실과 어긋난 주장일뿐”

“대주교의 폭로 내용이 사실인 것으로 입증된다면, 교황은 마땅히 사퇴해야 한다.”

로버트 P 조지 미국 프린스턴대 법학과 교수는 지난달 30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퇴해야 할까?’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2013년 즉위 이후 줄곧 청렴한 생활과 사회적 약자를 보살피는 ‘인자한 개혁자’의 모습으로 널리 존경받아온 교황(사진)이지만, 최근 잇따른 교단 내 성(性) 스캔들로 인해 퇴위까지 언급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카를로 마리아 비가노 대주교(77)는 지난주 “고위 성직자의 신학대생 성추행을 묵인한 교황의 자진 퇴위를 촉구한다”는 공개서한까지 냈다. 비가노 대주교는 1일 다시 “교황이 2015년 미국 방문 때 ‘동성결혼증명서’ 발급을 거부한 켄터키주 법원 서기 킴 데이비스와의 만남도 숨겼다”며 교황에 대한 파상 공세에 나섰다고 뉴욕타임스가 이날 전했다. 데이비스는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어긋난다며 동성 커플에게 결혼증명서를 발급하지 않았다가 구속 수감돼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당시 ‘교황이 데이비스를 만나 격려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동성애자들을 포용해 온 교황의 평소 행보와 어긋난다는 비판이 있었다. 당시 주미 교황청 대사였던 비가노 대주교는 “부정적 여론이 일자 교황은 종교적 양심을 지키다 비난받았던 미국 시민과 만났다는 사실을 감추려 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발표한 공개서한에서 비가노 대주교는 “시어도어 매케릭 전 추기경이 수십 년간 신학대생들을 성추행해온 사실을 교황이 알면서도 묵인했다”고 폭로하며 사퇴를 촉구했다. “비가노 대주교의 주장에 대해 대응하지 않겠다”는 교황청 발표와 관련해 조지 교수는 “비가노의 폭로 진위를 입증할 문서는 교황청이 갖고 있다. 의혹에 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CNN은 “2016년 교황청 대사 지위를 잃은 비가노 대주교가 오랫동안 여러 주요 사안에서 교황과 대립해 왔음을 감안해야 한다”고 전했다. 가톨릭 학술지 ‘라 치빌타 카톨리카’ 발행인인 안토니오 사파다로 신부도 트위터를 통해 “비가노의 폭로가 구체적인 듯 보이지만 모두 사실과 어긋난다. 교황은 데이비스가 누군지 알지 못한 채 비가노의 소개로 그를 만났다”고 주장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자진퇴위 서한#교황청 미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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