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싱 사용해 ‘나만의 소품’ 만들다 보면 잡념과 스트레스 ‘싹’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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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라더 상사의 핸드메이드 문화공간 ‘소잉 팩토리’

서울 중구 창경궁로의 ‘소잉 팩토리 1호점’에서 퇴근 후 직장인들이 자신만의 소품을 만들기 위해 미싱 이용법을 배우고 있다. 소잉팩토리 제공
서울 중구 창경궁로의 ‘소잉 팩토리 1호점’에서 퇴근 후 직장인들이 자신만의 소품을 만들기 위해 미싱 이용법을 배우고 있다. 소잉팩토리 제공
원단을 고른 뒤 적당한 크기로 선을 긋는다. 원단에 플라스틱 자를 댄 뒤 조심스럽게 커터로 자른다. 미싱을 이용해 말끔하게 자른 천과 다른 원단을 이어 붙인다. 에코백이나 쿠션을 간단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29일 오후 서울 중구 창경궁로(을지로4가) ‘소잉(sewing·바느질) 팩토리’ 1호점. 33m²(약10평) 남짓한 실습실에서 20, 30대 직장인 여성 3, 4명이 ‘나만의 소품 만들기’에 한창이다. 곳곳에 설치된 최신식 전자 미싱은 터치패드와 액정표시장치(LCD) 화면으로 작업이 수월해 과거 수동식 미싱과는 달랐다. 강사들은 수강생들의 수준에 맞춰 재단부터 원단 다림질, 제봉까지 과정을 세심하게 설명해줬다.

창경궁로는 크고 작은 미싱 가게가 몰려 있어 ‘미싱 거리’로 불리는 곳이다. 소잉 팩토리는 ‘부라더 상사’가 2010년부터 운영 중인 핸드메이드 문화공간이다. 직장인과 주부들이 미싱을 이용해 세상에 하나뿐인 자신만의 소품을 제작하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회사원 박수경 씨(29)는 “평소 손으로 뭔가 만드는 걸 좋아했는데 우연한 기회에 일일 코스에 참가해 파우치를 직접 제작했다”며 “미싱 작업에 집중하다 보니 잡념이 사라지고 스트레스도 풀렸다”고 말했다.

회사원 이경민 씨(34)는 “퇴근 후 나만의 취미를 찾던 중 인스타그램에서 에코백을 직접 만드는 것을 보고 소잉에 도전했다”며 “손쉽게 배울 수 있고 매번 다른 아이템을 만들 수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며 좋아했다.

최현경 소잉 팩토리 1호점 점장은 “소잉은 30대 후반부터 50대 초반 여성들이 자녀들을 학교에 보낸 뒤 취미생활로 많이 한다”며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했지만 부업에 나서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미싱으로 소품을 만드는 과정은 집중력을 키워주고 내가 원하는 가방, 지갑을 직접 만드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수강생 대부분이 여성이지만 일부 남성도 직장인 반에서 미싱을 배운다. 최 점장은 “문화기획 일을 하는 한 남성은 1년 넘게 소잉 과정을 배우며 거의 전문가 수준이 됐다”며 “퇴직했거나 귀향하려는 남성이 소일거리로 소잉에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잉 팩토리는 입문, 초급, 중급, 고급과정으로 나눠 진행된다. 간단한 쿠션, 에코백을 시작으로 챙모자, 화장품 케이스, 주름 앞치마, 룸 슈즈 등 난도를 높일 수 있다. 동물을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펫 애니멀 클래스도 운영된다. 각 과정은 4∼6주간 마스터하면 다음 단계를 수강할 수 있다. 평일과 토요일은 3회, 직장인 반은 화요일 오후 6시 반에 열린다(일요일은 휴무). 창업을 목표로 하는 이들을 위한 소잉 팩토리 아카데미도 있다. 자수 디자인 프로그램 과정 등 차별화된 정보를 제공한다. 과정을 이수하면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민간 자격증도 받을 수 있다.

바느질에 대한 관심이 늘어 소잉 팩토리 실습장은 8월 말 현재 서울 10곳, 경기 12곳, 영남 12곳, 충청 4곳, 호남 3곳 등 전국에 44곳이나 된다. 약 5만 명의 누적 수강생을 배출했다.

부라더 상사는 1961년에 설립된 국내 최고의 미싱 업체다. 과거 재봉틀은 생산 활동에 주로 사용됐지만 이제는 취미활동용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DIY(가정용품을 직접 만드는 것),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등 트렌드까지 더해져 저변이 확대되는 추세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소잉 팩토리#미싱#di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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