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미훈련 재개되면 이전보다 훨씬 큰 규모” 北-中에 경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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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성명 트위터에 이례적 공개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 중국을 향한 동시 경고로 교착 상태인 비핵화 협상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 시간) 트위터에 올린 백악관 성명을 통해 “(한미 연합훈련을 다시 시작한다면) 이전보다 훨씬 큰 규모가 될 것”이라며 북한을 압박했고 “우리는 중국이 북한에 돈, 연료 등 상당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는 걸 안다”며 중국을 겨냥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 시간) 백악관 성명을 트위터에 직접 올리는 방식으로 “현 시점에서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많은 돈을 쓸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전날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한미 연합훈련을 더는 중단할 계획이 없다”는 발언으로 대북 군사압박 강화 의지를 피력한 지 하루 만에 백악관이 직접 수습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린 성명에서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관계가 매우 좋고 따뜻하다고 믿고 있고, 현 시점에서는 한미 워 게임(War game·연합 군사훈련)에 엄청난 돈을 쓸 필요가 없다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김 위원장과 환상적인 관계를 갖고 있다”면서 “북한과의 외교적 노력에 있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될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다만 백악관은 성명에서 “대통령이 선택하면 한국 일본과 즉시 합동훈련을 시작할 수 있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연합훈련은) 이전보다 훨씬 더 큰 규모가 될 것이다”라며 여지를 남겼다. 북한과 대화가 진행 중인 현 시점에서는 훈련을 중단하기로 한 기존 방침을 고수하겠지만, 북한과의 대화가 더 이상 진전되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군사훈련을 더 강력하게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백악관 성명을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트위터에 올린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통상 백악관 성명은 대변인실을 통해 발표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자주 쓰는 느낌표(!)가 성명에 포함돼 있고, 표현도 정제되지 않은 점을 들어 이 성명을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구술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북-중 관계가 공고해지는 시점에서 매티스 장관의 ‘군사훈련 재개 시사 발언’은 협상의 판 자체를 깨뜨릴 수 있는 파급력이 있는 데다, 그 책임이 미국에 있다고 주장할 빌미를 북한에 줄 수 있다고 보고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수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북한에는 협상의 공간을 열어뒀지만 대북제재를 느슨하게 풀어주고 있는 중국은 구체적 내용까지 적시해 가며 비난했다. 성명에는 “우리는 중국이 북한에 돈과 연료, 비료 및 여러 물품을 포함해 상당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그건 도움이 안 된다!”고 썼다. 당장 중국으로서는 북한이 정권수립 70주년인 9·9절을 계기로 강하게 요구해 온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평양 방문이 크게 부담스러워진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북-미 대화 모드를 타고 슬슬 열어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대북제재 ‘뒷구멍’도 지난해의 최고 압박 수준으로 다시 조이라는 요구에 직면했다. 외교 소식통은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이 평양행을 결심하기는 정말로 어려울 것”이라며 “7인의 상무위원(최고지도부) 중 한 명을 보내는 선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북한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왕후닝(王호寧) 상무위원의 방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한편 유엔사령부는 30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23일 개성-문산 간 철로를 통한 정부 관계자의 방북 요청을 승인하지 못한다고 한국 정부에 정중히 양해를 구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의 연내 착공 방침을 밝혔지만 유엔사가 이에 공개적으로 제동을 건 것이다. 이에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현재 미국 쪽과 긴밀하게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3차 남북 정상회담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비핵화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남북 정상회담 일정이 안갯속인 가운데 정부는 북한과 실무접촉을 타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 문병기·이정은 기자
#한미훈련 재개#이전보다 훨씬 큰 규모#북중에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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