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뛰기 아쉬운 은메달 우상혁 “겨우 스물둘… 올림픽 메달 벽도 넘어야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주니어 세계선수권 우승했지만 성인 국제무대선 모처럼 웃음꽃
“한국기록부터 하나하나 깰 것”

남자 높이뛰기에서 은메달을 딴 우상혁이 28일 GBK 주경기장에서 메달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자카르타=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남자 높이뛰기에서 은메달을 딴 우상혁이 28일 GBK 주경기장에서 메달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자카르타=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제 장점요? 남들 울 때 전 항상 웃고 있다는 것? 저는 아직 어리고 다른 선수들은 나이도 많아요. 전 아직 스물두 살밖에 안 됐습니다.”

경기 2주 전 성공했던 2m30을 넘지 못해 2cm 차로 높이뛰기 금메달을 넘겨줬지만 우상혁(22·서천군청)에게서는 아쉬움이라는 단어를 찾아볼 수 없었다. 우상혁은 “즐기지 못하면 선수도 아니다. 선수는 즐겨야 한다. 이제 내년 세계선수권 메달과 올림픽 최초 메달도 목표인데 한번 해 보겠다. 한국 기록(2m34)도 깨고 다 보여주겠다”고 외치다시피 큰 소리로 말했다.

27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육상 남자 높이뛰기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아시아경기 높이뛰기에서 16년 만의 메달을 획득한 우상혁을 28일 귀국하기 전 자카르타 GBK 주경기장에서 만났다. 경기 전날 에너지 드링크를 7캔이나 마셔 밤을 꼴딱 새웠다는 우상혁은 “이제 슬슬 졸리기 시작한다. 비행기 타고 일어나면 (한국에) 도착할 것 같다”며 웃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육상을 하고 싶다’는 아들의 말에 그의 아버지는 교육청을 찾아가 육상부를 수소문했고 그렇게 해서 만난 게 지금의 윤종현 대표팀 코치(61)이다. 대전 중리초교부터 송촌중, 충남고를 거쳐 서천군청까지 윤 코치와 함께하고 있다. 무려 10년 넘게 연이 이어지고 있다. 높이뛰기 역시 윤 코치가 권해서 시작했다. 하필 왜 높이뛰기였을까.

“제가 달리기에 재능이 없었나 보다(웃음). 높이뛰기는 바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야 하는데 제가 겁이 없이 까불고 그랬다”고 답했다.

18세 이하 세계선수권 우승으로 주니어 무대를 평정했지만 우상혁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2017년 런던 세계선수권에서는 예선 탈락으로 시니어 무대의 매운맛을 봤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뻔뻔’했다.

“어디를 가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저는 이게 업이니까 새 직장에 대한 적응기라고 생각했어요. ‘2년은 적응기다. 기록 유지만 해도 나는 나쁠 것 없다’만 머릿속에 주입했어요. 남들이 ‘너 슬럼프다, 거기서 끝이다, 기록 높이기 힘들 것이다’라고 해도 그냥 제 생각만 했어요. ‘어릴 때부터 계속 잘하면 적절한 시기에 잘 못할 것이다’ 하고요.”

적절한 시기가 언제냐고 묻자 우상혁은 곧바로 “올해부터 시동을 거는 거다. 그동안 사원이었다면 이제 승진한 셈”이라며 웃었다.

메달 딴 지 하루. 하지만 세계선수권, 올림픽 메달에 한국 기록 경신까지 이미 뱉은 말만 지키려고 해도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딱 일주일 쉬고 전국체육대회에서 아직 못 뛰어본 2m32에 도전할 거예요. 올해는 확실히 2m32를 넘고 내년엔 무조건 한국 신기록에 도전해야죠.”

자카르타=임보미 기자 bom@donga.com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육상#우상혁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