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협상판 흔들자 ‘군사압박’ 나선 美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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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티스 “한미훈련 더는 연기안해” 北에 민감카드로 비핵화 이행 촉구
靑 “한미 사전 협의 없었다” 당혹… 김정은 “우리민족끼리 풀어나가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올해까지 중단키로 했던 한미 연합훈련 재개 가능성을 밝히며 선(先)비핵화 요구를 거절하고 있는 북한에 사실상 최후통첩을 보냈다. 북한이 가시적 비핵화 조치를 보여주지 않으면 한반도 비핵화 시계를 6월 북-미 정상회담, 더 나아가 2월 평창 겨울올림픽 이전으로 되돌릴 수도 있다고 경고한 것. 이는 북한과 중국은 물론이고 남북경협 속도를 놓고 백악관과 이견을 보이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포괄적 경고로도 해석된다. 김정은이 뚜렷한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경우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등 올해 하반기 한반도 정세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28일(현지 시간) 브리핑을 갖고 “만약 (대통령이) 지시한다면 중단하겠지만 현 시점에서 더는 한미 연합훈련을 연기할 계획이 없다(We have no plan at this time to suspend any more exercises)”고 밝혔다. 매티스 장관은 “(미군이 하는) 가장 큰 규모의 훈련 중 몇 개를 유예했던 것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도출된 선의의 조치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핵·미사일 발사 모라토리엄(유예)’을 깰 수 있다고 협박하자 한미 연합훈련 재개라는 최고 수준의 맞대응 카드를 꺼내 든 것.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이후 일주일 사이 대북 추가 제재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연기, 한미 연합훈련 재개 방침 등 트럼프식 ‘벼랑 끝 전술’로 김정은의 선택을 종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장 12월 한미 연합 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 재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한미 군사당국은 올해 말까지 연합훈련을 사실상 중단하기로 한 상태다.

한미 연합훈련 재개는 북-미 비핵화 대화를 통째로 뒤흔들 수도 있다. 북한은 중국과 함께 비핵화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줄기차게 쌍중단(핵·미사일 발사와 한미 연합훈련 동시 중단)을 요구해 왔다. 이와 관련해 김정은은 이날 “북남 관계와 조국통일 문제는 어디까지나 우리 민족끼리의 이념에 따라 민족의 자주적 의사와 요구에 맞게 민족 자체의 힘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이어 미국을 겨냥해 “시대착오적인 대결 정책을 고집하면서 판문점선언의 이행을 가로막으려는 내외 반통일 세력의 책동은 우리 겨레의 단죄 규탄을 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트럼프 특유의 압박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한국 정부와 상의 없이 발표한 것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한미 간에 이 문제를 논의한 적이 없다”며 “북한의 비핵화 진전 상황을 봐 가면서 한미 간에 협의하고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외교 소식통은 “스티븐 비건 신임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북한의 건국절인 9·9절 직후인 다음 달 10일부터 2박 3일간 방한해 협상 카운터파트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전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신나리 기자
#한미 연합훈련#북한 비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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