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또한번 문재인 대통령-시진핑-트럼프와 릴레이 회담 기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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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협상]北-美 2차 정상회담도 가시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다시 만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most likely)고 언급하면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의 물꼬를 텄다. 시기와 장소를 밝히진 않았지만 11월 6일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이벤트 수요를 고려할 때 10월경 열릴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 물밑 조율 중 쏘아올린 2차 정상회담 가능성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2차 정상회담 발언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네 번째 방북이 임박한 시기에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때문에 북-미가 교착 국면을 깨고 대화를 이어갈 만큼 물밑 비핵화 협상에서 접점을 찾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미 간 합의가 이뤄진 수준은 아니지만 논의의 범위가 좁혀진 것으로 보인다”며 “예를 들면 지난달 초 폼페이오의 세 번째 방북 때는 신고 검증 자체를 거부했다면 지금은 신고는 수용하지만 구체적인 조건 같은 세부 사안을 조율하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물론 회담은커녕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일정도 최종 조율이 안 된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물밑 교섭의 판을 흔들거나 평양의 기류를 점검하기 위해 별생각 없이 툭 던져본 말일 수도 있다. 비핵화에 더 나서라고 김정은을 압박하기 위한 트럼프 특유의 메시지 전술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이 핵물질과 핵무기, 시설 등에 대한 사찰·검증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가운데 트럼프가 회담을 거의 할 수 있다고 갑자기 말한 것이다. 김정은으로선 뭔가 이에 준하는 반응을 내놓지 못하면 자기 때문에 북-미 간 대화의 판이 깨질 수 있다는 압박감을 느낄 수 있다”고 내다봤다.

○ 김정은도 거부하기 어려운 두 번째 정상회담

6·12 싱가포르 회담에 이어 두 번째 가능성의 문을 연 2차 북-미 정상회담은 6월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 때보다 상황이 복잡해졌다. 무엇보다 김정은이 홈그라운드인 평양에서 비핵화 관련 이벤트가 벌어지면서 협상의 주도권을 쥘 수도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9·9절(건국 70주년) 방북에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정상회담까지 이어지면, 릴레이 정상회담을 통해 대북제재 완화나 종전선언에 대한 협상력을 잔뜩 끌어올린 김정은이 순순히 트럼프의 의도대로 따라갈 가능성은 이전보다 더 낮아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두 정상의 국내 정치적 이유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회담 개최를 위한 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관측도 많다. 트럼프는 중간선거용 이벤트로 이용할 수 있고, 김정은은 잇따른 해외 정상의 방북과 만남을 통해 ‘정상국가’로서의 모습을 더 강조하고 체제 선전에 나설 수 있다. 딱히 비핵화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서로의 ‘케미스트리’를 앞세워 대화 기조만이라도 이어가려 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차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나는 그를 좋아하고 그는 나를 좋아한다” “탄도미사일이 발사되지 않고 있고, 나는 김 위원장과 매우 좋은 개인적인 관계를 갖고 있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해석과 무관치 않다.

이 때문에 다음 달 평양 남북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많다. 북-미가 다시 만나도록 하는 일종의 징검다리 회담이라는 것이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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