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변 회장 출신 첫 대법관 이어 헌재 재판관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2일 00시 00분


코멘트
김명수 대법원장이 다음 달 19일 퇴임하는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등 재판관 2명의 후임으로 어제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을 지낸 이석태 변호사와 이은애 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판사를 지명했다. 같은 날 퇴임하는 김이수 재판관 등 3명을 국회가 지명하고, 내년 4월 서기석 재판관 등 2명의 후임을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하면 헌재 재판관 9명 가운데 8명이 문재인 정부 들어 바뀌게 된다.

참여연대 공동대표와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낸 이 변호사는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냈다. 그때 수석비서관이 문 대통령이다. 균형감을 잃은 ‘코드 인사’라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이 변호사는 차기 헌재 소장 물망에도 오른다. 김 대법원장이 지명한 김선수 대법관도 문 대통령 아래서 사법개혁비서관을 지냈다. 두 사람은 민변 회장 출신의 첫 대법관과 헌재 재판관 지명자라는 공통점도 있다.

김 대법원장은 우리법연구회와 그 후신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으로 법원의 인사·예산을 총괄하는 법원행정처 요직에 두 연구회 소속 판사들을 대거 임명했다. 김 대법원장을 포함해 14명의 대법관 중 8명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임명돼 대법원의 진보 색채가 한층 강화된 바 있다. 김 대법원장이 앞으로 5명의 대법관을 더 제청하게 되면 문 대통령 임기 중 대법관 14명 가운데 13명이 바뀌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대법원과 헌재의 재판관 구성에서 진보 성향이 압도하게 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조기 퇴진하는 바람에 빚어진 일로 최고 사법기관인 대법원 판결과 헌재 결정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보수 성향이 강했던 두 사법기관이 갑자기 진보 성향으로 선회해 법률 해석과 적용을 바꾸면 사법의 안정성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과 김 대법원장은 대법관이나 헌재 재판관을 특정 성향으로 채우고 싶은 유혹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진보와 보수가 고루 포진하는 균형 인사가 될 수 있도록 절제해야 한다. 그래야 사법의 양축인 대법원과 헌재가 우리 사회의 분쟁 해결과 가치관의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다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진보 일색의 ‘사법권력 교체’는 두 기관의 신뢰 추락과 함께 법치(法治)의 기반을 흔들 수 있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대법원#이석태#이은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