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학종 비율 유지… 교과-논술전형 줄여 정시 늘릴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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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수능 30%미만 10개大 조사


교육부가 2022학년도 대입에서 대학들에 ‘대학수학능력시험 전형(정시모집) 비율 30% 이상 선발’을 권고한 것과 관련해 상당수의 대학이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대신 학생부교과전형 및 논술전형 선발을 줄여 비율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30% 룰’을 만든 건 ‘깜깜이 전형’이란 비난을 받았던 학종 선발 쏠림을 막기 위한 것인데 대학들은 다른 방식으로 정시 확대 방침에 대응할 계획이라 정부의 정책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이런 가운데 국립대 법인인 서울대만 학종 선발을 줄여 정시모집을 확대하기로 했다.

20일 각 대학은 정부 권고에 맞게 전형별 선발 비율을 조정하기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만약 ‘수능 30% 이상 선발’이라는 정부 조건을 따르지 않으면 대학당 10억∼20억 원 정도 지원되던 ‘고교 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수능 선발 비율이 30%에 못 미치는 35개 대학 중 수도권에 있는 17개 대학은 당장 2년 내에 0.6∼13.8%가량 수능 선발 비율을 늘려야 한다. 대학에 따라 최대 600명에 가까운 신입생을 수능 전형으로 더 뽑아야 한다.

대학들은 어느 전형을 줄여 수능 선발을 늘릴까 하는 고민에 빠졌다. 본보가 이날 수능 비율 30% 미만인 서울대를 포함한 수도권 대학 10곳을 조사한 결과 6개 대학이 학종이 아닌 교과전형이나 논술전형을 줄일 예정이라고 답했다. 3곳은 미정으로 다른 대학의 움직임 등을 고려해 결정할 계획이다. 당초 교육부의 수능 비율 30% 권고는 급격히 늘어난 학종 비율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이었지만 대학 현장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수도권 A사립대 입학처장은 “학종 대신 교과전형 선발을 줄일 것”이라며 “학종으로 뽑은 학생들은 학교나 학과에 대한 충성도가 높고 자기 주도적으로 학업을 이끌어 가는 경우가 많아 대학으로서는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 B대학 입학처장도 “수능으로 들어온 학생들은 반수나 재수 등으로 중도에 나가는 경우가 많지만 학종은 그렇지 않다”며 “교과전형이나 논술전형 비율이 극히 적은 최상위권 대학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학종을 줄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지역 주요 대학 중에는 논술전형을 대폭 줄이는 안을 고려하는 곳도 있었다. C대, D대 입학처장은 “정부가 논술을 폐지하라고 압박하는 상황이라 이참에 학종보다는 논술을 많이 줄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들은 교육부의 개편안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대학들이야 수능 비율을 늘리면 그만이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에게 가는 것”이라며 “입시제도를 흔들 때 웃는 곳은 사교육계뿐”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국립대인 서울대는 정부 방침에 따르기로 했다. 당초 서울대는 2020학년도 기준 학종 선발 비율을 80% 가까이로 늘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비율을 2년에 걸쳐 10%포인트 정도 줄이기로 하고 구체적인 계획 마련을 위한 내부 논의에 착수했다.

서울대는 2020학년도 선발 기준 학종 비율 79.6%, 수능 비율 20.4%이다. 교과전형, 논술, 실기 등 다른 전형으로는 아예 학생을 뽑지 않는다. 따라서 수능 비율을 늘리려면 학종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서울대는 그간 가장 적극적으로 학종을 늘려온 대학이다. 서울대의 한 관계자는 “매년 4000억 원 이상의 국민 세금을 지원받는 입장이라 정부 방침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며 “다만 갑작스러운 선발 철학 변경을 두고 학내에서 찬반이 첨예하게 대립해 구체적 연도별 조정 비율을 정하는 데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임우선 imsun@donga.com·박은서 기자
#대입#수능#정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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