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이 불리한 제도? 보험료에 비해 더 많은 연금 받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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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근거 없는 괴담 낳기도
일부선 “연금 못받을 수도” 불안 키워… 野 ‘정부가 지급보장’ 법개정 발의

국민연금제도의 개혁을 둘러싼 논란이 한반도를 달군 폭염처럼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덩달아 국민연금을 둘러싼 괴담이나 과장된 주장들도 인터넷 등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아직 확정된 안은 없다”며 정부가 뒤늦게 진화에 나섰지만 들끓는 여론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괴담이 등장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제1차 개혁(1998년)에 이어 소득대체율을 2028년까지 40%로 낮추는 제2차 개혁(2007년)이 단행되자 “쥐꼬리만 한 연금을 주려고 그토록 많은 보험료를 걷어 가느냐”라며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2000년대 괴담은 대체로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됐다. 특히 2004년 여름에는 ‘국민연금의 8대 비밀’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당시 “국민연금을 받는 배우자가 사망하면 연금을 국가가 가져가며 다른 배우자에게는 한 푼도 주지 않는다”라는 말이 여론을 자극했다. 국민연금공단 지사마다 탈퇴하겠다는 항의전화가 폭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연금 납부 거부 움직임까지 나타났다. 뒤늦게 이 얘기가 사실이 아니라는 게 알려지면서 불만은 사그라들었다.

2010년대 들어선 전반적으로 제도에 대한 국민의 이해도가 높아졌다. 노후에 받는 연금이 납입한 보험료 총액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식의 근거 없는 ‘괴담’도 줄었다. 그 대신 제도에 비판적인 일부 단체의 주장이 괴담의 빈자리를 채웠다.

대표적인 것이 ‘신(新)국민연금 8대 비밀’이다. 당시 일부 단체는 “그리스 부도 사태를 보라. 우리나라도 그런 상황이 오면 국민연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면서 연금 가입자들을 부추겼다. 이들은 또 “저소득층은 보험료를 낼 돈도 없는 반면 고소득층은 여유 자금이 넉넉해 보험료를 낼 수 있다. 그러니 저소득층이 불리한 제도”라고 제도의 취지를 왜곡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저소득층일수록 낸 보험료에 비해 많은 연금을 타도록 설계돼 있다. 사실과 전혀 다른 주장이었던 것이다.

때론 정치권이 정치적인 목적에서 괴담을 만든다. 2015년 박근혜 정부는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올리려면 보험료율을 9%에서 16.69%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야당은 “보험료율을 1%만 올려도 되는데 정부가 괴담을 퍼뜨린다”라고 맞섰다. 이후 인터넷 공간에서는 정부가 보험료를 대폭 올리려고 꼼수를 쓴다는 주장이 한동안 떠돌았다.

올해의 경우 한국납세자연맹 등 일부 단체가 ‘국민연금기금의 불편한 진실 11가지’ 등을 주장하며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불만을 자극하고 있다. 이들은 보험료를 적립하고(적립식), 정해진 액수의 연금을 받는(확정급여형) 현행 국민연금제도로는 보험료 인상이나 납부 기간 연장, 수급연령 상향 조정 등과 같은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현행 제도를 근본부터 부정하는 것처럼 여겨져 굳이 공식 반응을 내놓을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라며 우회적으로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논란을 정부가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금 전문가는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과의 형평성에서 크게 밀린다고 여기고 있다. 가령 이들 직역연금은 기금이 고갈되면 정부가 대신 지급한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그렇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부가 지급 보장을 약속하면 되지만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급여지급보장’을 명문화하지 않기로 했다. 국민은 이를 “정부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라고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민연금 지급보전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명문화한 국민연금법 개정법률안을 14일 대표발의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국민연금#보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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