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은 우정, 승부는 승부… 女핸드볼, 북한 대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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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남북대결 39-22 승리로 장식… 경기 전 이례적 기념촬영 훈훈
내년 亞선수권 단일팀 될수도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의 맏언니 유현지(13번)가 북한 수비수들을 완전히 따돌리고 점프슛을 하고 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전 종목을 통틀어 처음 열린 남북 대결에서 한국은 북한에 39-22로 승리했다. 대한핸드볼협회 제공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의 맏언니 유현지(13번)가 북한 수비수들을 완전히 따돌리고 점프슛을 하고 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전 종목을 통틀어 처음 열린 남북 대결에서 한국은 북한에 39-22로 승리했다. 대한핸드볼협회 제공

남북 선수들의 표정은 다소 굳어 있었다. 경기장 양쪽 끝에서 각자의 골문만 바라본 채 아무 말 없이 몸만 풀었다. 경기 시작 전 하이파이브를 나눈 뒤에야 서로를 바라보며 웃기 시작했다. 통상 진행하는 기념품 교환 뒤 이례적으로 기념촬영도 했다. 한국 여자 핸드볼대표팀의 맏언니 유현지(34·삼척시청)는 “경기 전 서로 안부 인사를 했는데 다른 나라와의 경기와 달리 느낌이 새로웠다”고 말했다.

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폽키 치부부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여자핸드볼 A조 예선 1차전은 이번 대회 최고의 화제였다. 카누 드래건보트(용선), 농구, 조정 등 3종목이 아시아경기를 앞두고 남북단일팀(COREA)을 구성한 가운데 여자핸드볼에서 이번 대회 전 종목을 통틀어 처음 ‘남북 대결’을 펼쳤다. 현지 교민 40여 명은 꽹과리와 북, 빨간 막대풍선을 두드리며 큰 함성으로 남북 선수들을 응원했다.

서로 웃으며 인사했던 남북한 선수들은 경기가 시작되자 한 치의 양보 없이 치열한 경기를 펼쳤다. 양 팀 통틀어 ‘2분간 퇴장’을 당한 선수가 9명(한국 4명, 북한 5명)에 이를 정도였다. 북한이 전반 6분 만에 첫 득점을 올리고 전반 12분까지 양 팀 득점이 13점에 그쳤을 정도로 양 팀은 활로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7차례 아시아경기에서 여섯 번 금메달을 획득한 ‘아시아의 맹주’ 한국은 한 수 위의 실력을 과시했다.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12점)을 기록한 정유라(26·대구시청)의 득점포를 앞세워 후반으로 갈수록 경기를 지배했다. 전반에 17득점한 한국은 후반에만 22점을 몰아쳤다. 수문장 박미라(31·삼척시청)의 활약도 빛났다. 전반 9분 북한이 얻은 페널티 스로를 막아내는 등 전반 30분 동안 북한의 슈팅 성공률을 42%로 봉쇄했다.

한국은 이날 북한을 39-22로 대파하고 아시아경기 2연패를 향해 순항했다. 2011년 런던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전 승리(44-29) 후 7년 만의 남북 맞대결에서도 우위를 이어갔다. 이날 인도에 36-19로 승리한 카자흐스탄과 1승씩을 거뒀지만 다득점에 앞서 조 1위로 올라섰다.

이번에는 남과 북이 맞대결을 벌였지만 내년에는 ‘단일팀’으로 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계청 한국대표팀 감독은 “현재 논의가 오가고 있는데 내년 12월에 인도네시아에서 열릴 아시아선수권에서는 단일팀으로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의 라이벌로 거론되는 일본은 이날 B조 예선 경기에서 태국에 41-16으로 대승하며 탄탄한 전력을 과시했다. 일부 구기종목은 대회 일정상 공식 개막(18일) 이전부터 진행된다.
 
자카르타=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여자 핸드볼#정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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