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야구 단기전은 ‘초전박살’ 정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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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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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국민타자’ 이승엽 “실력대로만 하면 금메달”

‘국민타자’로 활약했던 이승엽은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각종 국제대회에서 여러 차례 해결사의 면모를 과시했다. 최근 만난 이승엽은 “태극마크 유니폼을 입으면 훨씬 집중하게 된다. 나도 모르게 ‘애국자’가 되는 것 같다”며 웃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국민타자’로 활약했던 이승엽은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각종 국제대회에서 여러 차례 해결사의 면모를 과시했다. 최근 만난 이승엽은 “태극마크 유니폼을 입으면 훨씬 집중하게 된다. 나도 모르게 ‘애국자’가 되는 것 같다”며 웃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지난해 은퇴한 ‘국민타자’ 이승엽(42)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자신의 야구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로 꼽는다. 대회 초반 부진을 거듭했던 그는 “나라에 대한 죄스러움, 팀과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이 너무 컸다”고 했다.

베이징 올림픽은 동시에 가장 기쁜 순간이기도 하다. 김경문 당시 대표팀 감독의 믿음 속에 계속 4번 타자로 나선 그는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8회 이와세 히토키를 상대로 역전 결승 2점 홈런을 때렸다. 이승엽은 쿠바와의 결승전에서도 1회 선제 2점 홈런을 쏘아 올려 한국의 9전 전승 금메달에 힘을 보탰다.

영원한 홈런 타자이자 국제대회의 단골 해결사였던 이승엽을 최근 서울 서초구 이승엽야구장학재단 사무실에서 만났다. 은퇴 후 한국야구위원회(KBO) 홍보대사와 자신의 이름을 딴 야구장학재단 이사장으로 바쁜 삶을 살고 있는 그는 18일 개막하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방송 해설위원으로 팬들을 찾아간다.

이승엽은 아시아경기에 출전하는 후배 선수들에게 “태극마크를 단 이상 과정은 중요치 않다. 무슨 수를 쓰든 팬들이 원하는 결과를 가져와야 한다”며 “전력상 한국의 우위는 분명하다. 실력대로만 한다면 무리 없이 금메달을 딸 것”이라고 애정 어린 격려를 보냈다.

○ 박병호-김재환의 한 방에 기대

이승엽은 현역 시절 ‘8회의 사나이’로 불렸다. 유달리 경기 후반인 8회에 승부를 결정 짓는 홈런을 많이 쳐서다. 정작 이번 아시아경기에선 초반 싸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승엽은 “단기전은 기(氣) 싸움이다. 경기 초반 선취점이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승엽이 꼽은 ‘키 플레이어’는 박병호(넥센) 김재환(두산) 김현수(LG) 등 홈런 능력을 갖춘 강타자들이다. 그는 “야구, 특히 타선은 전염성이 있다. 한 명이 치기 시작하면 너도나도 치게 된다. 클린업 트리오를 구성할 이 선수들이 1회부터 펑펑 쳐 주면 한국은 아무도 못 말리는 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환과 박병호는 13일 현재 각각 33홈런과 32홈런으로 홈런 2, 3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박병호는 최근 18경기에서 12개의 홈런을 때리며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하고 있다. 김현수도 타율 0.358에 19홈런을 기록 중이다.

한국은 2013년과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모두 첫 경기를 패하며 예선 탈락했다. 이승엽은 “야구는 10등이 1등을 잡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스포츠다. 경기 초반 흐름이 꼬인다 싶으면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지곤 한다. 타자들이 초반에 쳐 줘야 유리하게 끌고갈 수 있다. 점수를 내 주면 투수들도 편하게 던질 수 있다”고 말했다.

○ 태극마크의 무게

베이징 올림픽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8회 역전 결승 2점 홈런을 친 뒤 두 팔을 벌리고 환호하는 모습. 동아일보DB
베이징 올림픽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8회 역전 결승 2점 홈런을 친 뒤 두 팔을 벌리고 환호하는 모습. 동아일보DB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이번 대표팀은 선수 선발과 관련해 적지 않은 홍역을 치렀다. 13일 부상과 부진을 사유로 몇몇 선수를 교체했지만 멤버 구성에 불만을 품은 일부 팬은 여전히 “대표팀의 은메달을 기원합니다”라며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대해 이승엽은 “야구 선배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팬들께서 좀 기다려 주셨으면 좋겠다. 대표팀은 어떻게 뽑아도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다. 모든 비난은 대회가 끝난 뒤 해도 늦지 않다. 최선을 다하려는 선수들에게 필요한 것은 비난보다는 응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시에 24명의 대표팀 선수들에게도 책임감을 강조했다. 이승엽은 “내 경우엔 국제대회에서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뛴다는 자체가 무한한 영광이었다. 지금 대표팀 선수들은 수백 명의 프로선수 중에서도 선택받은 선수들이다. 자부심과 함께 책임감을 갖고 뛰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만약 태극마크가 부담스러운 선수가 있다면 스스로 반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절실한 선수에게 기회를 주는 게 팀에도 도움이 된다. 한국이 WBC와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도 ‘한번 해 보자’며 선수들이 의기투합했기 때문이다. 이번 대표팀도 그랬으면 한다”고 말했다.

18일 소집되는 한국 대표팀은 ‘야구의 날’인 23일 결전지인 자카르타로 출발한다. 야구의 날은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날을 기념해 제정됐다. 한국은 26일 대만과 예선 첫 경기를 치른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야구#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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