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박근혜 前대통령, 관피아 문제 삼자… 공정위 “퇴직자 재취업 방침 바꾸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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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2014년 내부 대응 문건 확보
세월호 담화서 취업제한 언급 뒤 “문서 대신 구두보고로 하자”
신영선 前부위원장 구속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른바 ‘관피아’(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 척결을 주장한 세월호 참사 대국민 담화 발표 이후 공정거래위원회가 퇴직자의 대기업 특혜 취업에 대한 내부 대응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구상엽)는 ‘세월호 담화에 따른 기관 운영 영향 검토’ 문건을 확보해 작성 경위와 보고라인 등을 수사하고 있다. 이 문건에는 “퇴직자 기업 재취업 문제도 방침을 바꿔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운영지원과는 박 전 대통령이 2014년 5월 19일 대국민 담화에서 관피아를 막기 위해 “취업 제한 기간을 늘리고 공무원 재임 시 업무와의 관련성 판단 기준 등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담화문을 발표한 직후 이 문건을 작성했다.

문건의 내용처럼 실제 방침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비슷한 시기 작성된 공정위 내부 문건에는 “퇴직자들의 기업 재취업 문제는 예민한 문제이니 문서로 남기지 말고 과장이 구두 보고를 하는 방식으로 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

검찰은 이 문건들이 공정위가 2009년경부터 퇴직자들을 대기업에 특혜 재취업시킨 것의 위법성을 스스로 알고 있었던 정황 증거라고 보고 있다. 퇴직자 재취업에 관한 사항은 공정위 ‘운영과장-사무처장-부위원장-위원장’ 등의 보고라인을 거쳤는데, 위법 소지가 있으니 근거를 남기지 말자는 취지라는 것이다.

이 문건 작성에는 당시 사무처장이었던 신영선 전 부위원장(57)이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신 전 부위원장이 사무처장에 부임한 2014년 3월에 작성된 ‘과장급 이상 퇴직자 재취업 기준’에도 주목하고 있다. 후배 퇴직 예정자의 재취업 자리를 만들기 위해 기존 퇴직자의 대기업 취업기관 계약도 공무원 정년(60세)에 맞춰야 한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신 전 부위원장이 사무처장을 거쳐 지난해 1월부터 약 1년 동안 부위원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퇴직자 14명의 재취업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은 신 전 부위원장에 대해 재청구된 구속영장을 9일 발부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박근혜#관피아 문제#대응 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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