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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와 짝 맞춰 ‘5km 동행’ 달리고 나면 병원이 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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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와 짝 맞춰 ‘5km 동행’ 달리고 나면 병원이 환해요

임보미 기자 , 사지원 인턴기자입력 2018-08-10 03:00수정 2018-08-10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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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주병원 동호회 ‘다섯별 마라톤’
국립공주병원 마라톤 동호회 ‘다섯별 마라톤’ 회원들이 지난해 공주백제마라톤에 출전해 다양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원래 직원들의 사내 동호회로 출발해 2014년부터 환자들도 합류한 이 모임은 올해까지 공주백제마라톤에 5년 연속 개근한다. 국립공주병원 제공
국립공주병원 직원들의 사내 마라톤 동호회 이름은 ‘풀코스’였다. 하지만 2014년부터는 이름이 ‘다섯별 마라톤’으로 바뀌었다. ‘국가, 공주병원, 직원, 가족, 환자가 모두 함께 가자’라는 의미에서다. 직원과 환자는 일대일로 짝을 지어 5km 코스를 천천히 걷는다. 풀코스 도전이나 기록 욕심은 버렸지만 이제는 ‘모두 함께 완주’라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다섯별 마라톤은 ‘어차피 마라톤에 나갈 거 환자들과 함께 가보자’란 생각에서 시작됐다. 정신질환 예방 및 재활 전문 병원인 국립공주병원 환자들의 하루는 ‘집-병원-집’이 대부분이고 증상이 심한 환자들은 입원 생활을 한다. 5km를 함께 걷고 근처 식당에서 밥 먹고 헤어지는 게 다지만 환자들에게 10월 동아일보 공주백제마라톤은 참가만으로도 큰 변화를 일으켰다.

마라톤에 꾸준히 나서고 있는 최은실 간호사(47)는 “환자분들이 지금은 병원 생활을 하고 있지만 앞으론 결국 다 집으로 돌아가셔서 살아야 한다. 그래서 평범한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서 행사에 참가한다는 것만으로도 되게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환자분들이 대부분 혼자 있고 우울해하시는데, 행사에 가면 환자들끼리 서로 얘기도 하고요. ‘너 힘드니 나도 힘들었는데 했어’ 이런 얘기를 주고받는 것 자체가 치료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병원 밖에서의 만남은 병원 안에서의 관계에도 도움이 됐다.

“병원에서 직원은 가운, 환자는 환자복을 입고 환자와 치료하는 사람으로 딱 구분돼 있잖아요. 마라톤 하는 날, 사복을 입고 버스 타고 간식도 같이 먹고 함께 몇 시간을 걷고 돌아오면 병실에서 다시 만났을 때도 그전하고는 많이 달라요. 대부분의 환자들이 얘기를 잘 안 하세요. 엉뚱한 소리 하면 괜히 중환자로 몰려서 약이 더 늘까봐, 그런 걱정들을 많이 하는데 좀 친해지고 나면 ‘사실은 저 아직도 환청 소리가 좀 들리긴 해요’ 이런 식으로 속 얘기를 꺼내놓으세요. 친한 친구한테 속마음 얘기하잖아요.”

물론 처음엔 걱정도 많았다. 최 간호사는 “직원들마저 편견이 있었죠. 괜히 환자 데리고 갔다가 무슨 일 생기면 어떡하나 걱정도 많았어요. 중간에 그만둔다고 하지는 않을까. 그런데 한 해 두 해 하면서 그렇지 않구나 우리랑 똑같구나, 직원들도 깨닫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걱정 속에 소수 인원으로 시작했던 마라톤은 해를 거듭할수록 참가자가 늘었다. 지난해에는 경증 환자뿐만 아니라 폐쇄병동 환자들까지 20여 명이 함께 뛰었다. 폐쇄병동 수간호사와 직원들도 기꺼이 휴일을 반납하고 동참했다.

“타이틀 자체가 환자들을 위한 행사가 아니고 그냥 ‘공주백제마라톤’이잖아요. 환자분들이 아파서 약 먹고 병원 다녀도 일반 사람들하고 같이 행사 참여하고 같이 밥 먹으면서 ‘나도 이렇게 어울릴 수 있구나’를 느낍니다. 함께 참여한 경험이 있어서 퇴원 후에 개인적으로 참여하실 수도 있고요.”

다섯별 마라톤은 올해 10월 28일에도 이제는 연례행사가 된 공주백제마라톤이라는 ‘가을소풍’에 나선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사지원 인턴기자 고려대 한문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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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주병원#다섯별 마라톤#공주마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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