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서 확충계획 백지화… 재검토委 1년째 구성도 못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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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원전 폐기물시설 2년뒤 포화


정부가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저장시설 건설 재검토를 위한 준비단의 활동 기간을 예정보다 2개월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월성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이 포화상태에 육박하는 등 발등에 불이 떨어졌지만 정부 논의 과정은 지지부진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당장 월성 원전 내 추가 저장시설 건설을 시작해도 월성 원전의 가동 중단을 막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전력대란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 당장 건설 착수해도 월성 원전 가동 중단 불가피

사용후핵연료는 말 그대로 원자로에서 발전을 하고 남은 폐연료를 말한다. 원전 작업자들이 착용하는 장갑, 작업복 등 저준위 폐기물과는 달리 매우 강한 방사선이 나오는 데다 반감기(방사선이 감소하는 기간)도 수십 년 이상으로 훨씬 길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이를 영구 처리하는 시설이 없다. 그 대신 원전마다 폐기물을 임시로 보관하는 저장시설이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월성 원전 저장시설에는 올해 6월 기준으로 총 저장용량 49만9632다발 중 44만1320다발이 차 있는 상태다. 1호기는 가동이 중단됐고 2, 3, 4호기만 가동되고 있는 월성 원전에서는 매 분기(3개월) 2500다발가량의 폐기물이 나온다.

월성 2, 3, 4호기의 발전용량은 210만 kW(킬로와트)로 여름 최대 전력 공급량(1억73만 kW)의 2%가 넘는다. 만약 해당 발전기가 일시에 중단된다면 올여름 최대 전력 수요를 기록했던 지난달 24일을 기준으로 예비전력은 709만 kW에서 499만 kW로 떨어져 전력수급 비상단계에 들어가게 된다.

문제는 지금 당장 추가 저장시설 착공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포화 시점 이전에 완공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월성 원전의 건식저장시설은 부지 선정, 인허가, 주민 동의 등에 걸리는 시간을 제외한 순수 공사기간만 기초굴착 1개월, 구조물 공사 약 19개월, 안정성 확인 검사 2개월 등 22개월이 걸렸다. 폐기물을 다른 원전 저장시설로 옮기려고 해도 해당 지역 주민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다. 저장시설이 포화상태에 이르면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다만 정부는 월성 1호기가 가동 중단됐고, 2, 3, 4호기의 가동률도 낮아졌기 때문에 포화 시점이 다소 미뤄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가동률을 80%대 이상 유지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의 낮아진 가동률(50∼60%)이라면 포화 시점도 더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저장시설 건설 재검토 결정 후 계속 지연

정부는 지난해 9월 박근혜 정부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추가 설치 결정을 재검토하기로 결정했으며 이를 재검토위원회에 맡기기로 했다. 올 5월에는 위원회를 구성하기 전 기초 조사를 위해 준비단을 꾸렸다. 당초 정부는 준비단 활동 기간을 올해 9월로 정했는데 조사 과정이 길어지면서 이를 11월 이후로 늦춘다는 계획이다. 이 때문에 ‘탈원전’을 내세운 정부가 저장시설 확충에 별다른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는 1983년부터 9차례 논의됐지만 그때마다 지역 주민 반대 등으로 번번이 무산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5월에야 한수원은 월성 원전 가동에 차질이 없도록 월성 원전 부지 내에 건식저장시설을 추가로 설치키로 하고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승인을 요청했다.

이와 함께 당시 산업부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행정 예고했다. 이 기본계획은 2013년 10월 출범한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위원장 홍두승)가 20개월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해 2015년 6월 내놓은 권고안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2028년까지 영구처리 시설 부지를 확정한 뒤 24년간 건설해 2053년부터 가동을 시작하라는 구체적인 로드맵도 담았다. 또 그 전에 저장시설이 포화되는 원전의 경우 안정적인 저장시설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어수선한 탄핵 정국 속에서 원안위 승인이 늦어지면서 계획은 차일피일 미뤄졌고 문재인 정부는 결국 시민단체와 지역 주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아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재검토를 결정한 것이다.

현재 준비단은 각 원전의 정확한 사용후핵연료 저장 상태를 조사하고, 관련 통계를 수집하고 있다. 지역 주민 의견 수렴도 함께 진행 중이다. 준비단 활동이 마무리되고 바로 재검토위원회가 구성되더라도 언제 구체적인 대안이 나올지 불투명하다.

윤종일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2년 동안 월성 원전을 대체할 발전원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전력수급 재앙’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진구 sys1201@donga.com / 세종=이새샘 기자
#월성원전#문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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