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앞두고… 위안부의 처참했던 삶 돌아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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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소로 끌려간 어린 소녀들… 끔찍한 고통 담은 소설 두권 출간

김숨의 ‘흐르는 편지’. 현대문학 제공
김숨의 ‘흐르는 편지’. 현대문학 제공
광복절을 앞두고 일본군 위안부를 소재로 한 장편소설 ‘흐르는 편지’와 ‘하얀 국화’가 나란히 출간됐다. 김숨 소설가의 ‘흐르는 편지’(현대문학·1만3000원)는 열세 살 때 위안소로 끌려간 소녀 금자의 이야기다. 이에 앞서 2016년 김 작가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실제 증언을 바탕으로 소설화한 ‘한 명’(현대문학·1만3000원)을 출간했다.

‘흐르는…’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중국에 있는 일본군 위안소에서 지내는 열다섯 살 금자의 처참한 삶을 일인칭 시점에서 묘사했다. 임신 사실을 알게 된 금자는 아기가 눈과 심장이 생기기 전에 죽어버리기를 빈다. 임신 중에 군인들을 받다가 여덟 달 만에 몸이 반쯤 썩어 죽은 아기를 낳았다는 애순 언니처럼 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작품에는 “나는 내 몸이 징그럽다”는 금자의 자기모멸뿐 아니라 금자가 겪는 육체적 고통이 날것 그대로 생생하게 그려졌다.

“내 젖가슴을 더듬는 게 손이 아니라 이빨 같다. 굶주린 들개의 이빨이 물어뜯는 것 같다. …내 아래를 후비는 게 군인의 몸에 달린 살덩이가 아니라 밤송이 같다. …군인들이 못 들어오게 아래를 틀어막고 싶다. 돌멩이로라도, 감자로라도, 죽은 개구리로라도, 죽은 쥐로라도.”

매리 린 브락트의 ‘하얀 국화’. 문학세계사 제공
매리 린 브락트의 ‘하얀 국화’. 문학세계사 제공
작가는 위안소에서 생활하는 여성들의 비참한 삶을 드러내는 동시에 전쟁터라는 벼랑으로 내몰린 군인들이 분출하는 폭력성과 잔인성, 두려움도 보여준다. 금자를 찾아오는 일본 군인들은 금자를 겁탈하면서도 “내일 전쟁에서 살아서 돌아오라고 빌어 달라”고 애걸하거나, 전투 중 한쪽 팔이 날아갔을 때 금자를 엄마로 착각하고 울부짖는다.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 매리 린 브락트의 ‘하얀 국화’(문학세계사·1만6000원)는 어린 자매가 주인공이다. 언니 ‘하나’는 동생을 지키려다가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고 동생 ‘아미’는 남은 가족들과 제주4·3사건에 휩쓸린다. 한국 근대사를 소재로 했지만 영어로 썼기에 제주 방언이나 일제강점기 민중들의 말투가 생생하게 표현되지는 않았다. 일본군인 모리모토 하사가 하나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도 조금 불편할 수 있다. 이 소설은 올해 초 출간된 뒤 6개월 만에 20여 개국에 번역돼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의 잔혹함을 세계 독자들에게 알렸다. 브락트는 이 작품으로 영국 가디언지와 보그지가 선정한 ‘2018년 주목할 만한 10명의 작가’, ‘반드시 읽어야 할 여성작가 6인’에 뽑혔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일본군 위안부#소설#흐르는 편지#하얀 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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