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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황희석]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이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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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황희석]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이 성공하려면

황희석 법무부 인권국장입력 2018-08-08 03:00수정 2018-08-08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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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석 법무부 인권국장
인권(人權)은 글자 그대로 인간이기에 누려야 할 권리다. 유엔은 조약, 선언, 지침 등의 국제인권규범을 발전시켜 왔고, 각 국가가 인권보장의 책임을 부담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우리 헌법 제10조도 이러한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국제인권규범은 각 국가의 실천이 담보돼 실제 삶을 바꾸는 데 기여하지 않으면 말의 성찬에 그칠 수밖에 없다. 바로 그 생각에서 등장한 제도가 국가인권행동계획(NAP)이다. 유엔은 각국에 이 제도를 도입할 것을 권고했고, 한국도 2000년대 초반부터 수년간 논의 끝에 2007년 제1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 기본계획은 정부 각 부처의 정책을 개인의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한 과제로 재구성하고 향후 5년간 인권을 어디까지, 어떻게 신장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인권의 청사진이다.

그렇다면 이번 3차 기본계획의 내용은 어떤 것일까. 올해부터 시행되는 제3차 기본계획은 전통적인 자유권과 사회권의 신장에서 더 나아가 여성·장애인·아동·노인·이주민을 위한 특별한 조치를 통해 이들의 권리를 더욱 폭넓게 보장하려는 과제를 담았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 드러난 국민적 요구를 반영해 안전권에 관한 내용을 신설했다.


특히 이번 계획에서는 인권정책의 원칙으로 인권존중, 차별금지, 민주적 참여의 원칙을 천명했다. 무엇보다도 인권의 역사는 권리의 주체를 확대해 온 역사이자 인종·종교·성·장애인 등 차별금지 사유를 확대해 온 과정이었다. 나치의 입장에선 장애인도, 유대인도, 집시도 인간이 아니었으나 세계대전 이후 이들 모두는 인권의 주체로 우뚝 섰다. 한국의 인구 절반인 여성을 어려서는 아버지, 결혼 후에는 남편, 늙어서는 아들에게 종속된 존재로 규정한 제도였던 호주제를 폐지한 게 불과 십수 년 전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한국 여성이 남성과 실질적으로 동등해졌다고 볼 수 있을까. 700만 명이 넘는 노인과 250만 명이 넘는 장애인, 200만 명이 넘는 체류 외국인의 삶은 어떤가. 이들 모두가 누구나 누려야 할 인권의 실질적 주체라고 할 수 있을까. 기본계획은 바로 이런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해 특별한 배려와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특정한 잣대로 사람을 차별한다면 여기서 자유로울 사람은 우리 중 아무도 없다. 여자라서, 고향이 어디라서, 이른바 ‘지잡대’ 출신이라서, 비정규직이라서, 늙어서 안 된다는 말을 냉소적으로 내뱉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인권 신장을 위한 기본계획에서 차별금지의 원칙을 빼고 갈 순 없지 않은가. 기본계획은 동성애나 동성혼을 조장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기본계획은 단지 실제 존재하는 사람들을 함부로 차별하지 말자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차별받지 않도록 서로가 서로를 돕자는 것이다. 2차대전 중 독일 목사 마르틴 니묄러가 쓴 시 ‘그들이 내게 왔다’를 기억하자. 나치가 소수자와 약자의 인권을 유린할 때 나는 내 일이 아니므로 침묵했다. 마침내 그 나치가 나에게도 왔을 때 나를 위해 목소리를 내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는 것을.
 
황희석 법무부 인권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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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인권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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