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볼 패어 수척해진 이명박, 부축 받고 법정 출석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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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병 치료 퇴원 후 처음 나와… 관자놀이 여러차례 누르고 ‘쿨럭’

7일 오전 10시 법정에 들어선 이명박 전 대통령(77)의 얼굴엔 핏기가 없었다. 양 볼은 홀쭉했다. 피고인석으로 걸어가던 그는 잠시 멈춰 선 채 검사석과 방청석 사이 나무 가림막을 손으로 짚었다. 교도관이 그를 부축해 피고인석에 앉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 심리로 열린 공판에 나온 이 전 대통령은 병색이 짙었다. 자신의 18번째 공판이었다.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 전 대통령은 지병인 당뇨병 등이 악화돼 지난달 30일부터 5일 동안 서울대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다. 구치소에 다시 수감된 뒤 이날 처음 법정에 나온 이 전 대통령은 두 차례 변호인에게 귓속말을 한 것 외에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 올 5월 첫 공판에서 10여 분간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혐의를 적극 부인하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이날 오후 6시 5분까지 이어진 공판 내내 수시로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눌렀다. 손수건으로 입을 막고 쿨럭거렸다. 점심식사 후엔 피고인석에 앉은 채 꾸벅꾸벅 졸았다.

검찰은 법정에서 김백준 전 대통령총무기획관(78)의 진술 조서를 공개했다. 조서에는 ‘김소남 전 새누리당 의원에게 비례대표 공천 대가로 2억 원을 받았고, 김 전 의원 측 요청을 이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는 진술이 담겼다.

이 전 대통령 측에 거액을 건넨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2008년 1∼5월 작성한 41쪽 분량의 비망록 사본도 공개됐다. 비망록에는 ‘통의동 사무실에서 MB 만남. 나의 진로에 대해 얘기했고, 긍정 방향으로 조금 기다리라고 했음’이라고 적혀 있다. 이 전 회장은 인사 청탁이 이뤄지지 않자 “MB와 인연 끊고 다시 세상살이 시작해야 하는지 여러 가지 괴롭다. 옷값만 얼마냐”고 적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거나 피고인석에 놓인 종이에 메모를 했다. 하지만 재판이 끝날 때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mb#법정 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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