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이송미]폭식 ‘먹방’, 질병인 비만을 부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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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미 한국임상영양학회장
이송미 한국임상영양학회장
7월 24일자 보건복지부가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한 이후 정작 언론에서 가장 뜨겁게 다뤄진 대상이 ‘먹방 규제’라는 사실은 ‘비만을 질병’으로 간주하고 의료 현장에서 비만환자의 영양관리를 해온 전문인의 입장에서는 다소 의아스럽다.

‘먹는 방송’ 자체는 별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비만환자의 영양관리를 해온 경험과 2016년 국제학술지에 실린 연구 결과를 보면 상식을 벗어난 과도한 음식 섭취와 주로 고칼로리 고지방 고당질 음식을 대상으로 한 ‘폭식 먹방’은 유해한 환경임에 틀림없다. 연구 결과는 식욕을 자극하는 그림을 본 후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촬영하면 식욕과 관련된 두뇌의 신진대사가 활성화되고 과도한 식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1997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비만을 질병으로 규정한 이후 많은 연구에서 비만이 암을 비롯한 만성질환의 강력한 발생 요인이라는 점이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국민에게 이러한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먹방 규제’라는 용어가 국민에게는 지나친 간섭으로 인식되는 듯하다.

하지만 정부가 이번에 마련한 종합대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넘은 아동·청소년의 비만율을 떨어뜨리기 위한 부처 간 협조체계를 구축하고, 비만 예방·관리에 필요한 구체적인 실천 계획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둔 대책이다. ‘먹방’에 대한 가이드라인 역시 이 같은 대책의 일환이며 국민의 권리인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간섭하겠다는 의도는 없다.

과거 흡연이 암을 유발하는 강력한 요인이라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정부에서 강력한 금연 교육을 한 바 있다. 이런 과정이 흡연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놓은 것처럼, 비만에 대한 충분한 정보 제공과 교육이 이뤄지면 ‘폭식 먹방’에 대한 자정 분위기가 조성되고 국민이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게 될 것이다.

이번 비만관리 종합대책 실행과 함께 비만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도 시행돼야 한다. 필자가 25년 전 ‘미국 앨라배마 대학병원 청소년 클리닉’ 연수 중에 참여했던 소아비만 치료 프로그램은 체계적이었다. 주 1, 2회 실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주제로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할 수 있는 교육이 영양 상담 및 다양한 신체활동과 함께 10주 이상 장기적으로 이뤄졌다.

병원에서 비만 치료 중인 환자에 대한 지원 역시 더 빨리 현실적으로 집행해야 한다. 환자가 전적으로 부담하고 있는 비만 어린이 교육·상담에 대한 건강보험은 과체중 단계부터 적용할 필요가 있다. 운동·영양 관리에 드는 비용까지 반영된 수가 책정도 필수다.
 
이송미 한국임상영양학회장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영양관리#먹방#폭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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