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주류언론 때리기’로 지지층 결집… 공화당도 따라하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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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겨냥 연일 ‘가짜뉴스’ 공격


“가짜뉴스(fake news) 미디어들은 나를 미워한다. 자기들이 ‘진실’을 알기 때문에 내가 그들을 ‘국민의 적(enemy of the people)’으로 부른다고 말한다. 그들은 교묘히 분열과 불신을 조장한다. 그들은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다! 그들은 매우 위험하며 비정상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이날 그가 올린 트윗 7개 중 3개에 ‘가짜뉴스’라는 말이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에도 “가짜뉴스 미디어들이 완전히 미쳤다! 7년 후 내가 백악관을 떠나기 전에 그들은 모두 소멸할 거다!”라는 트윗을 날렸다.

2년 뒤 미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으로부터 6년 4개월 뒤인 2024년 12월까지 집권한다. 7년이라는 기간을 명시해 재선에 대한 확신을 드러내는 한편, 자신에게 적대적인 주류 언론과 전면전을 벌이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힌 셈이다.

지난달 20일 백악관에서 가진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 뉴욕타임스(NYT) 발행인과의 비밀 면담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언론의 갈등은 한층 격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면담 사실을 공개하며 “가짜뉴스의 현실 조작에 관해 대화했다”고 트위터에 글을 올리자 NYT는 “면담 중 대통령은 ‘가짜뉴스’라는 말이 외국에서도 널리 쓰이고 있다며 자부심을 표했다. 발행인은 ‘독재국가에서나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는 기사로 받아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짜뉴스, 국민의 적 등 언론을 모멸하는 언사를 반복하는 까닭은 뭘까. 11월 초 재선 캠페인 시작을 앞두고 기선을 제압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BBC방송은 “충격적일 만큼 험한 언사를 내뱉고 나서 그것을 계속 반복적으로 남발해 결국 아무렇지 않은 말처럼 느껴지도록 만드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특출한 능력”이라고 평했다. 가짜뉴스, 국민의 적 같은 부정적 표현이 자주 들리도록 해 재선 행보의 걸림돌인 미디어의 신뢰감을 손상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듭되는 가짜뉴스 발언은 지지자들이 자신을 ‘잔인한 언론의 부당한 보도에 시달리는 희생양’으로 여기도록 유도하는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내 편과 적을 확실히 나눠 벽을 쌓은 뒤 내 편의 지지를 다지는 데 몰두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형적 전략을 언론과의 대립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USA투데이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유럽연합(EU)을 다루듯 언론을 다룬다. 거센 공격을 퍼부은 뒤 화해하자는 듯 대화를 요청했다가 다시 자신이 원하는 방식의 공격으로 넘어간다”고 전했다.

국정 운영과 선거전에 적용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전략은 지금까지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조사에서 전체 공화당원 중 88%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 9·11테러 직후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뒤로 이렇게 높은 당내 지지율을 확보한 대통령은 없었다”고 말했다. CBS도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 91%가 ‘대통령이 (언론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믿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도했다.

언론의 집중포화에 줄기차게 날 세워 맞서며 지지층을 결속시킨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은 ‘공화당 전체의 트럼프화(化)’로 이어지고 있다. 가디언은 5일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트럼프 따라하기’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기사를 냈다. 자신에게 비판적인 지역 언론을 험하게 모욕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고, 자신의 정치적 편향성을 과시하고, 실책이 드러나도 절대 사과하지 않은 채 마녀사냥 음모론을 주장하는 ‘미니 트럼프’들이 줄줄이 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리 스튜어트 공화당 버지니아주 상원의원 후보는 “적을 모욕하는 강렬한 언사를 사용하는 ‘트럼프 모방하기’ 전략은 매우 효과적이다. 상대편과 이성적으로 의견을 주고받는 시대는 오래전에 끝났다”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현 시점에서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지키려는 중도적 정치인은 패배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원들과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좌파 정부 출현을 막을 유일한 방패는 트럼프’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트럼프#가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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