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유리 깨지고 욕설… 김기춘 귀갓길 아수라장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진보연대-민중당 관계자들 몰려… 구치소 앞서 “석방반대” 거센 항의
김기춘, 차량 뒷자리 앉아 한숨 쉬어

“김기춘! 무릎 꿇고 사죄해!”

6일 0시 5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 검은색 정장을 입고 서류봉투를 든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9)이 정문을 걸어 나오자 흰색 티셔츠를 입은 남성이 삿대질을 하며 소리쳤다. 김 전 실장을 기다리던 취재진은 남성의 목소리에 놀라 질문을 잇지 못했다.

이 남성은 김 전 실장의 석방을 반대하며 이날 집회를 주관한 한국진보연대 소속이다. 그는 지난해 1월 21일 구속 수감된 뒤 562일 만에 석방된 김 전 실장의 석방을 규탄하기 위해 구치소를 찾았다. 삿대질에 당황한 듯 김 전 실장은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했다. 곧 자신을 기다리는 가족들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려 했지만 진보연대 회원 등 다른 시위 참가자 수십 명에게 둘러싸였다. “김기춘 개××야!” 등 사방에서 욕설이 쏟아졌다. 시위 참가자들이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며 일대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0시 7분 김 전 실장은 경찰의 도움으로 검은색 K7에 탑승했다. 그러자 일부 시위대가 차량을 향해 물병을 던지고, 차체를 두드리며 귀갓길을 막아섰다. 차량 앞 유리창이 깨지고, 차체 곳곳이 찌그러졌다. 김 전 실장은 놀란 듯 뒷좌석에 앉아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한숨을 쉬었다. 차량은 35분 동안 가로막혀 전진과 후진을 수차례 반복했지만 옴짝달싹 못 했다. 0시 42분 경찰이 통행로를 확보한 뒤에야 차량이 겨우 빠져나갈 수 있었다.

이날 김 전 실장의 석방 1시간 전부터 서울동부구치소 정문 앞에서 집회를 벌인 시위대는 대부분 진보연대와 민중당 관계자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 전 실장이 탄 차량 창문을 훼손한 혐의로 진보연대 회원 A 씨를 입건했다. A 씨는 통합진보당 출신이 주축인 민중당 당원이기도 하다.

김 전 실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 2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지난달 27일 대법원은 김 전 실장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면서 재판 장기화 가능성을 고려해 직권으로 구속 취소를 미리 결정했다. 검찰은 김 전 실장이 세월호 보고 조작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어 구속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법원이 기각했다. 김 전 실장은 6일 0시 기준으로 구속 기한을 모두 채웠다.

김 전 실장은 대법원에서 2심의 선고 형량인 징역 4년이 확정될 경우 재수감된다.

이호재 hoho@donga.com·윤다빈 기자
#김기춘#석방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