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금속을 끌어당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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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ST, 순수 유기물 합성 ‘플라스틱 자석’ 세계 첫 개발

검은 물질에 자석을 갖다 대자 서서히 끌려온다. 이 물질은 금속도 자석도 아닌 플라스틱. 국내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선보인, 상온에서 작동하는 플라스틱 자석이다.

백종범 UNIST 에너지및화학공학부 교수팀은 TCNQ라는 탄소물질(유기물)을 합성해 일종의 플라스틱을 만든 뒤, 여기에 추가 화학반응을 일으켜 금속을 끌어당기는 자석을 완성해 화학 분야 국제학술지 켐(CHEM) 2일자에 발표했다.

원래 자석은 이론상 금속으로만 만들 수 있다. 금속만이 ‘자유전자’라는, 물질 내를 돌아다니는 여분의 전자를 지니기 때문이다. 특수한 방법으로 금속 내 자유전자의 특정 양자역학 성질(스핀) 방향을 강제로 한쪽으로 정렬하면 물질 전체의 스핀 균형이 깨지며 금속이 자성을 갖게 된다. 이것이 우리가 아는 자석이다.

백 교수팀은 유기물인 플라스틱에서도 자유전자를 만들 수 있다면 자성을 띨 것이라고 보고 연구를 시작했다. 먼저 유기화합물 내부 탄소 원자의 결합을 끊는 화학반응을 일으켰다. 이 반응 중간에 순간적으로 갈 곳을 잃은 전자가 생겨났는데, 이 전자가 다시 다른 원자와 결합하기 전에 분자구조를 바꿔 플라스틱을 빠르게 굳혔다. 그 결과 유기물 내에 여분의 자유전자가 생겼고, 이것이 마치 금속의 자유전자처럼 작동하며 자성을 만들어냈다.

백 교수는 “플라스틱 자석은 녹슬지 않고 인체에도 흡수되지 않아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용 조영제 등에 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플라스틱#금속#un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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