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 산호초, 너마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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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생태계 파괴 진행 첫 관측

지구온난화, 플라스틱 쓰레기 등으로 열대 산호초는 몸살을 앓고 있다. 산호초에 기생하거나 연안에 서식하는 어류 등 해양 생물도 갈 곳을 잃고 위기에 놓였다. 갈 길 잃은 해양 생물의 안식처로 여겨져 왔던 깊은 바닷속 산호초마저 황폐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루이즈 로차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과학아카데미 연구원이 이끈 미국-호주 공동 연구진은 해저 30∼150m 깊이에 있는 심해 산호초도 다양한 생태계 파괴를 겪고 있다고 지난달 20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대서양과 태평양 일원에서 잠수해 심해 산호초를 직접 관측한 결과다.

대표적인 것이 10m 미만 수심의 산호초에서 주로 발견됐던 백화(白化) 현상이다. 색색을 띠던 산호초가 하얗게 변하는 것으로, 산호초에 기생하면서 영양분을 공급하고 색을 띠게 하는 조류(藻類)가 주변 수온 상승으로 산호초를 떠날 때 발생한다. 연구진은 이번 조사를 통해 바하마 럼케이섬 인근 해저 85m 깊이에서 산호초의 일종인 아가리시아 라마르키가 하얗게 변한 것을 발견했다. 심해는 수심이 얕은 해안가 바다보다 수온이 낮고 대류가 약하기 때문에 심해 산호초는 환경 파괴 요인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할 것으로 여겨졌지만 실제는 이와 달랐다는 것이다.

얕은 수심의 산호초를 떠난 해양 생물이 심해 산호초로 서식지를 옮긴다는 기존의 가설도 도전받게 됐다. 이번 조사에서 해안 근처 산호초에 서식하는 생물 종과 60∼150m 깊이의 심해 산호초에 서식하는 생물 종의 유사성은 2.1% 이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차 연구원은 “심해가 생물의 피난처가 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지구온난화의 여파가 심해까지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980년대에는 적도 부근의 해수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는 엘니뇨가 극심해지는 해에 한해 25∼30년 주기로 대규모 자연적인 백화 현상이 일어났는데, 최근에는 그 주기가 5년 10개월로 훨씬 짧아졌다. 지구온난화로 엘니뇨와 무관하게 수시로 대규모 백화 현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릭 스튜어트스미스 호주 태즈메이니아대 교수팀은 세계에서 가장 큰 산호초 지대인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일대를 2016년 대규모 백화 현상 전후로 비교한 결과, 살아 있는 산호초 표면이 평균 26%, 최대 51%까지 줄었다고 지난달 26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수심이 4m 미만인 곳에서 가장 심했지만 10m 이상 깊이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 외에도 심해 산호초를 괴롭히는 것은 또 있다. 필리핀 바우안 해역에서는 150m 깊이에서도 페트병과 낚싯줄, 고무장갑과 같은 쓰레기가 심해 산호초와 뒤엉킨 채 발견됐다. 매년 전 세계에서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약 5000만 t. 현재 바다 위를 떠다니는 플라스틱 쓰레기만 3500만 t에 이른다. 핌 본가르츠 호주 퀸즐랜드대 기후변화연구소 연구원은 “그동안 심해에서는 볼 수 없었던 플라스틱 쓰레기가 이번에 다량 발견됐다”며 “이전까지 해양 환경의 경우, 인간 활동의 환경영향평가가 얕은 바다에 집중돼 있었다. 앞으로는 심해까지 고려해 국제적인 공조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kyungeun@donga.com
#심해 산호초#생태계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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