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폭염 환자, 고령층 많은 농어촌 집중발생… 임실-신안-고흥順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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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악 폭염]온열환자 발생지역 빅데이터 분석

2002∼2015년, 14년간 전국에서 인구 대비 온열질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은 전북 임실군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른바 ‘대프리카’, ‘서우디’로 불리는 대구, 서울 등 대도시에 비해 저소득층 및 고령자 비율이 높은 농어촌 지역 주민이 폭염으로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이에 따라 정부가 폭염 대책을 수립할 때도 기온보다는 사회 경제적 요인을 더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호남 농어촌 지역이 폭염 피해 가장 심각”

국무총리실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2002년부터 2015년까지 14년간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DB)에 등록된 온열질환 발병 건수를 토대로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별 폭염 피해를 빅데이터 방식으로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발병 건수 외에도 지자체별로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 △농어업 인구 비율 △소득 수준(건강보험료 0∼5분위) △8월 일 최고 평균기온 등 다양한 데이터를 넣어 이들 간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조사 대상 기간 임실군은 인구 1만 명당 44.5명꼴로 온열질환자가 발생해 전국에서 인구 대비 발병률이 가장 높았다. 이어 전남 신안군(28.5명) 고흥군(20.6명) 보성군(18.3명) 장성군(17.6명)이 2∼5위로 나타났다. 1∼5위가 모두 호남 농어촌 지역이다. 발병률 30위권 내에는 최근 폭염경보가 발령된 서울과 대구 지역은 단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다. 광역시 지역에서도 부산 기장군(11.0명·11위)과 인천 서구(6.6명·30위)만 순위권에 들었다.

연구원은 온열질환자가 많았던 지역들의 특징으로 고령층과 저소득층, 농어업 종사자 비율이 높다는 점을 들었다. 임실군 등 1∼5위 지역은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평균 26.5%에 달해 전국 평균 14.6%의 2배에 가까웠다. 이는 농어촌 지역의 고령화 현상과 관련이 깊다. 건보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한 연령별 임계기온(온열질환자가 급증하기 시작하는 온도)도 △30대 이하 30.3도 △40대 28.6도 △50∼64세 24.1도로 집계돼 고령일수록 상대적으로 낮은 기온에서도 온열질환에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온열질환 발생률 상위 5개 지역은 농어업 인구 비율도 현저히 높았다. 이들 지역의 농어업 인구 비율은 평균 42.4%로 전국 평균(16.4%)의 약 2.6배에 달했다.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이 긴 농어업의 특성과 이들 지역의 고령화가 맞물리며 폭염 피해가 더 심각했던 셈이다.

소득수준이 폭염 피해와 밀접하다는 점도 확인됐다. 임실군 등 상위 5개 지역에서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으로 분류되는 ‘보험료 0분위’ 인구 비율은 평균 8.2%였다. 이는 전국 평균 4.8%에 비해 3.4%포인트 높은 수치다.

○ “폭염 대책, 노인·저소득층 지원에 집중해야”

채여라 선임연구위원은 “지역별 인구구조와 소득수준, 직업에 따른 맞춤형 폭염 대책을 정부가 수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농어촌 고령자의 피해를 돌보기 위한 방문서비스 실시와 ‘무더위 쉼터’ 설치 등을 들었다. 또 저소득층, 고령층에 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편의점 등에서 쓸 수 있는 바우처를 제공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폭염 대책은 ‘보여주기’식 뒷북 행정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더불어민주당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폭염을 체계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폭염을 재난안전법상 자연재해에 포함시키겠다’는 내용의 대형 배너를 내걸었다. 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도 전날 “8월 임시국회에서 재난안전법 개정을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회 일정상 폭염이 끝난 뒤인 이달 말에나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폭염 환자#고령층#농어촌 집중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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