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강제징용 재판거래 의혹’ 외교부 압수수색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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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배소송 大法에 5년째 계류… 檢 “법관 공관파견 등과 연관 의혹”
법원, 행정처 수색영장은 모두 기각
檢 “2015년 뇌물판사 관심 돌리려 이석기 선고 앞당긴 문건 확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노동자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에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개입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일 외교부를 압수수색했다. 법원행정처가 한일 외교관계에 소송이 미칠 파장을 감안해 달라는 외교부 민원을 받고 관련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신봉수)와 특수3부(부장검사 양석조)는 이날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내 국제법률국과 동북아국, 기획조정실을 압수수색해 ‘법관 해외공관 파견 기록’ 등 문건을 확보했다. 앞서 검찰은 2013년 9월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이 작성한 문건에서 강제징용 노동자 손해배상 소송 판결의 고려 사항 중 외교부 협조가 필요한 ‘판사들의 해외 공관 파견’, ‘고위 법관 외국 방문 시 의전’이 포함된 사실을 파악했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외교부의 민원과 협조를 검토한 게 강제징용 노동자 손해배상 소송이 대법원에 5년째 계류 중인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또 2016년 1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이 작성한 문건에서 위안부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 1심을 각하 또는 기각으로 미리 결론 낸 사실을 파악했다.

외교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한 법원은 법원행정처 문건 작성에 관여한 전·현직 판사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모두 기각했다. 검찰 내부에선 “지금까지 법원행정처 관련 영장이 95% 이상 기각됐다”, “대법관과 대법원 관계자는 건드리지 말라는 가이드라인”이라는 불만이 나왔다.

또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현직 판사에 대한 여론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선고 일정을 앞당긴 정황도 검찰에 포착됐다.

검찰은 최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에서 ‘최민호 전 판사 관련 대응 방안’이란 문건을 확보했다. 이 문건은 2015년 1월 18일 작성됐다. 당시 현직이었던 최 전 판사는 이 문건이 작성된 날 사채업자 최모 씨에게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이 문건에는 최 전 판사 사건에 대한 대응책으로 1월 22일 이 전 의원 내란음모 혐의 사건 선고를 하는 방안이 담겼다. 대법원은 문건 작성 다음 날 실제로 이 전 의원에 대한 선고일을 1월 22일로 확정했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이 전 의원에게 징역 9년에 자격정지 7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법원행정처는 선고 사흘 뒤 만든 후속 문건에서 “대응전략이 주효해 사건 수습 국면”이라고 자평했다.

허동준 hungry@donga.com·고도예 기자

한성희 인턴기자 한양대 경영학부 4학년
#일본 강제징용#재판거래 의혹#외교부 압수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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